◆…28일 오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주최로 열린 금산관련법 개정안 공정청회가 열렸다. (사진 = 김용진 기자)
'금산분리 관련법 개정안' 공청회 열어…전경련 측 불참
김상조 교수 "금산분리 핵심은 삼성보험, 동태적 적격성 심사해야"
새누리당내 재벌개혁을 위한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28일 '금산분리관련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어 쟁점이 되는 제2금융권에 대한 금산분리와 중간지주회사 설립, 의결권 제한 등과 관련해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김상민 의원의 발의로 실천모임이 준비한 금산분리법 개정안의 주요골자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 한도를 기존 9%에서 4%이하로 강화하고, 먹튀 논란을 부른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 PEF)에 대한 투자를 통한 지배 구조 타파하는 것이다. 또한, 재벌 금융계열사들(제2금융권. 보험·증권·카드계열사)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과 산업자본에 대한 금융회사의 의결권 제한 등이다.
개정안의 주요 핵심이랄 수 있는 중간지주회사 설립은 재벌의 증권·보험·카드 계열사를 중간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시켜,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 사이에 '방화벽'을 만들라는 것이다.
앞서 김 의원은 "의결권을 제한하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없게 된다"며 "그 대신 삼성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만들어 그 밑에 삼성화재·삼성캐피탈 등을 두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 '삼성보험'의 계열사 지배를 막는 중간지주회사 설립에 대해 참석자 다수는 공감대를 표시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금산분리의 핵심은 삼성과 삼성보험이다. 하지만 삼성을 타깃화해서 과잉규제하면 전체 금융산업이 망한다"면서 "금산분리 강화 등 법체계를 강화하고 법을 안 지키면 감옥에 가고 대주주 적격성을 상실한다는 것을 시그널링(신호)해야 한다"고 촘촘한 법체계와 엄정한 법집행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재벌 구조 내 금융소그룹을 규제하는 방안으로 '동태적 적격성 심사 도입'를 제안했다.
그는 "삼성생명이 16조원을 주식에 투자하는데 72%가 비금융 계열사 주식"이라며 "이런 그룹은 세계적으로 유일하고 특이한 그룹이다. 핵심은 삼성 주식을 가져도 좋지만 적격성 심사를 해서 지배력이 약화시킬 수 있게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쟁점이 되고 있는 제2금융권들의 금산분리 포함에 대해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전 세계 금융권은 경제위기의 여파로 건전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하락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며 "우리 역시 은행권과 증권가의 수익감소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 규제 움직임을 보며 검토해야지 재벌 개혁에 맞춰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의견을 내비쳤다.
이에 실천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이혜훈 최고위원은 "은행만큼 보험회사도 대출과 결제기능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 기능 때문에 은산분리를 하는 것이라면 제2금융권의 같은 기능에 대해서도 규제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금융위기 이후 셰도우 뱅킹 규제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유사 은행업도 은행처럼 규제해야한다. 비은행 산업자본이어도 은행에 맞춰서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 교수는 의결권 제한에 대한 정치권의 '의지'를 당부했다. 개정안에 포함된 금융회사의 계열사 주식 의결권 행사제한은 예외조항을 삭제해 실질적으로 어떠한 의결권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 중간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목적이다.
이에 전 교수는 의결권을 전부 제한하는 것은 "유효한 통제수단"이라고 환영하면서도 "하지만 의결권 제한에 따른 재벌의 '재벌해체' 반발과 여론을 어떻게 버틸 수 있는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부 제한한다고 하고 이런 반발에 완화를 할 경우 '무늬만 개혁'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의결권 제한에 대해 윤 원장은 "의결권 0% 제한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은행규제 조치는 고려해볼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만 중간지주회사나 의결권 등은 금융산업에 어떤 영향 미칠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중원 공정거래위 경쟁정책국장은 "이미 금융사의 계열사 출자가 다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의결권을 전면 제한할 경우 투자 위축 등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김상민 의원은 기자에게 "오늘 공청회에 나온 이야기들을 토대로 의결권 제한이나 동태적 적격성 심사 등을 고민해보고 큰 틀을 만들 것"이라며 "좀 더 관련한 논의를 한 후 법안을 가다듬어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임 대표인 남경필 의원은 관련 법안에 대한 당론화와 충돌 시 야당과의 연대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어 '금산분리 강화' 개정안은 지속적으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 의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전경련측 입장도 듣고 싶어 모시기로 했는데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불참하셨다"며 "여기에 재벌 해체를 하려는 의원은 한분도 없다. 재벌의 순기능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지속되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가운데 경제력 집중과 반칙, 불공정을 바로 잡겠다는 것이니 대기업은 반대하려면 정정당당하게 입장을 밝혀달라"고 재계의 공식적 입장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날 공청회에는 정종원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 윤창현 금융연구원장, 김성진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