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을 수사한 특검팀이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에게 증여세 탈세 혐의를 적용, 국세청에 관련 자료를 통보함에 따라 향후 고발주체인 국세청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행법상 탈세혐의에 따른 검찰고발권은 관할 세무서장, 지방국세청장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세청의 판단에 따라 사법당국 고발 여부가 결정된다. 일단 국세청은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정치성과는 관계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 관계자 등에 따르면 여러 가지 정황상 이시형씨에게 증여세 추징 외에 검찰고발 조치를 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국세청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탈루금액 5억원을 검찰고발 기준으로 삼고 있는 점을 고려할 경우, 이 사건 증여세 포탈 혐의금액이 3억2000만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고발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특검팀 조사결과에 따르면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에 따라 이시형씨에 전달된 돈은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 6억원을 현금으로 빌린 것과 어머니인 김윤옥 여사 명의의 강남구 논현동 땅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 받은 6억원까지 총 12억원이다.
시형씨는 최초 본인 명의로 땅을 산 다음 1년 후에 아버지에게 되팔아 돈을 갚을 계획이었다고 진술했다가 특검팀 진술과정에서는 실제 소유할 생각으로 땅을 매입했다는 취지로 진술을 수정했다.
큰아버지에게 받은 6억원도 당장 갚을 능력이 없어 천천히 갚을 계획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이 같은 시형씨 진술과 특검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 등을 토대로 증여세 탈루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외에도 적용 가능한 세법을 면밀히 파악해서 신중한 결론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형씨의 나이, 직업, 소득상태 등을 고려할 때 자력으로 12억원을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세금 추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의 조세불복 심판례와 국세청의 실제 처분 내역 등을 고려할 때 검찰고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포탈금액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이 부모-자식간의 사회적 통념상 증여거래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형사처벌로 이어가기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반적인 혼인과정에서 부모님이 전세가격 일부를 지원해주거나 예단비 등이 오가는 경우 과세당국은 사회통념상 과세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고, 실제 과세가 되더라도 조세포탈범으로 고발하는 가능성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에 따라 세금을 탈루했다는 점으로 도덕성에는 타격을 입을 수 있으나, 세금 추징이외 실제 사법처리까지는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반 서민들과 비교해 증여가액이 크고, 수증자인 시형씨가 진술을 번복했다는 점에서 국세청이 과세를 하더라도 추후 논란은 이어질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