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야권 지지자들의 애를 태우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의 단일화는 결국 안철수 후보가 막판 사퇴를 결심하며 문재인 후보로 결정됐다.
안 후보는 이날 여론조사 방식을 정하기 위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과의 특사 간 회동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자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하겠다"면서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 두 사람이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첫 회동을 가진 지 18일만, 13일 본격적인 단일화 협상을 시작한지 11일 만이다.
양측은 단일화 회동을 통해 지지자를 모아내는 '국민연대'를 이루겠다고 약속했지만 협상 과정에선 공론조사와 여론조사 등 단일화 방안과 여론조사 문구 등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면서 '치킨게임'을 벌여왔다.
그러나 결국 안 후보의 '양보'로 야권은 복잡한 여론조사 등을 건너뛴 채 단일화를 이루게 됐다.
□ 安을 향한 민주당의 끊임없는 '러브콜' = 단일화에 대한 요구는 안철수 후보가 출마선언을 하기 이전부터 있어왔다.
특히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안 후보가 양강구도를 형성한 데 비해 당 후보들이 지지율 답보 상태에 빠진 민주통합당 측은 안 후보가 출마여부를 저울질 중인 시점부터 출마를 기정사실화, 손을 내밀어 왔다.
문재인 당시 상임고문과 이해찬 당시 대표 등 지도부를 비롯한 당 안팎에서 "안 원장과의 단일화를 이루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안 원장에게 민주당 입당을 비롯한 단일화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안 원장이 야권 단일 후보가 됐는데도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150억원에 이르는 정당 선거보조금을 받지 못할 위험과 당이 '불임정당'이 되면서 총체적 위기에 처할 가능성을 우려한 방책이었다.
하지만 안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할 경우 기성 정치체제의 변화를 기대하는 지지층이 상당수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 시너지 효과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지적도 상당해 결국 안 원장은 민주당 입당을 선택하지 않았다.
□ 9월 출마·10월 정책 경쟁·11월 단일화 논의…느긋한 安, 애타는 文 = 안 후보는 한편 철저한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다.
7월부터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과 SBS '힐링캠프' 출연 등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킨 안 후보는 9월 16일 민주당 경선이 마무리되고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자, 사흘 뒤인 19일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기자회견에서 "정치권의 진정한 혁신과 국민의 동의가 없는 단일화 논의는 부적절하다"하며 단일화 논의에 선을 그은 안 후보는 11월 10일까지는 정책발표에 집중하겠다며 단일화 논의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의 전략통 박선숙 전 의원과 송호창 의원을 영입하면서 이들이 단일화에 물꼬를 틀 것이란 기대감을 남겨뒀다. 송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이 길만이 문 후보와 민주당을 지키는 것이며 안 후보와 힘을 합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항변했다.
이 과정에서 조국 서울대 교수는 야권 단일화 3단계를 제시했다.
조 교수는 문 후보와 안 후보 양측이 공동으로 정치혁신위원회를 구성해 혁신 방안을 논의한 뒤 공동 정강정책을 확립하고, 세력관계의 조율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안은 결과적으로 '새정치 공동선언'과 정책 협의를 통해 일정 부분 수용된 셈이 됐다.
원로인사 등 각계의 단일화 압박이 심해지고 후보등록일이 다가오자 안 후보는 대선 후보등록을 20일 앞둔 11월5일 전남대 강연에서 문 후보에게 "만나서 정권교체를 약속하자"고 만남을 전격 제안했다.
□ 협상 중단과 재가동 반복…결국 '백의종군'으로 결정 = 두 후보는 6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첫 회동을 갖고 후보등록 이전 단일화와 새정치 공동선언 실무팀 등 7개 조항에 합의를 이루며 단일화는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안 후보는 11월10일 정책집을 발표하면서 문 후보 측에 경제복지 정책팀, 통일외교안보 정책팀과 단일화 방식 협의팀을 공동으로 구성하자는 제안을 내놨고, 문 후보가 이에 응하면서 양측은 세 개의 실무팀을 더 꾸리게 됐다.
그러나 단일화 협상팀의 협상은 여론조사와 공론조사 방식 등을 두고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급기야 14일 안 후보는 "단일화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한데 이런 식으로 하면 대선에서 패배한다"며 협상 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안 후보 측 협상 중단의 배경에는 문 후보 캠프 측의 잘못은 '안철수 양보론'과 '신당창당설' 등을 흘린 언론플레이, 여론조사 대비 문자 발송 등 조직 동원, 친노 인사들의 협상 회의 배석 및 안 후보 캠프 측 인사에 대한 공격 등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민주당 측에서는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 사퇴로 답했고, 안 후보가 다시 만남을 제안하면서 양측 단일화 실무팀은 재가동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본선 경쟁력'과 '후보 적합도'를 둘러싼 여론조사 문구 문제로 협상은 난항을 반복했고, 두 후보는 TV토론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게 됐다.
22일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다시 만났지만 오전 협상은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다. 23일에는 양 측 후보의 대리인으로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과 박선숙 공동선대위원장이 최종 담판을 위해 만났으나 '지지도'와 '적합도' 사이의 강을 건너지 못했다.
이날 밤 안 후보는 "대선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후보 사퇴를 전격 발표, 단일화 과정의 최종 승자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로 귀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