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이후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은 담배 관련 세금을 매년 우리나라의 경상소득증가율(GDP 증가율)에 비례해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담배소비 억제를 위해서는 GDP 증가율에 더해 매년 3∼5%p에 달하는 추가세율 인상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상원 한국외대 국제통상학과 교수와 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7일 조세연구원이 서울시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개최한 제4회 재정패널 학술대회에 참석, '소비세 물가연동제의 지수선택 : 담배소비세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우선 박 교수와 성 연구위원은 논문을 통해 지난 2005년 이후 담배가격이 1갑당 25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담배의 실질가격은 매년 하락해 왔다고 지적했다.
담배 값이 제자리에 머문 2005년∼2011년 동안 소비자물가지수는 20.7%p나 상승했다. 연평균 소비자물가가 3.2%씩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담배가격이 상대적으로 다른 상품들에 비해 매년 3.2%씩 싸진 셈이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실질소득(실질GDP)은 25% 가량, 연평균 3.8%씩 상승했다. 담배 값은 오르지 않는데 반해 국민들의 소득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담배 값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2005년∼2011년 담배소비량은 823억개비에서 902억개비로 9.4%나 급증했고, 담배 판매금액도 2005년 8조2000억원에서 2011년 11조2000억원으로 37.7%나 늘었다.
두 발표자들은 담배소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담배 관련 소비세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가연동제란 물품의 단위를 기준으로 과세되는 세금(종량세)의 세율을 물가와 관련된 일정한 공식에 따라 정기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즉 물가가 오른 만큼 담배소비세의 세율도 함께 인상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는 물가연동 세제가 존재하지 않지만 영국, 유럽연합(EU),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물가연동제를 시행해 오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담배의 원가가 변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담배 관련 소비세율을 소비자물가지수 또는 GDP성장율에 맞춰 인상했을 경우, 지난 2010년 담배소비량은 2007년에 비해 3.3% 증가하는데 그쳤을 것으로 분석됐다.
두 논문 저자들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담배소비량을 더욱 줄이는 방법으로 GDP증가율에 3∼5%p의 추가 인상율을 더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GDP증가율에 3%p의 추가 인상율을 적용할 경우 2010년 담배소비량은 2007년에 비해 0.21% 증가하는데 그쳤을 것으로 추정됐고, 가산율을 5%p로 높이면 담배소비량 증가율이 -1.07%로 하락했다.
발표자들은 "단순 종량세 구조의 담배소비세 체계는 초기에 종량세율 수준을 높게 책정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세 실효성이 낮아져 담배소비 억제기능이 미흡하다"며 "종량세율을 주기적으로 또는 정기적으로 조정해 실효과세율을 유지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소득증가에 의한 담배소비 증가추세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어렵다"며 "보다 적극적인 담배소비 억제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경상GDP 증가율에 일정 세율을 가산하는 가산율 제도를 함께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