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조종사가 임무수행 중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하면 교통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조종사 A대위는 F-5전투기를 조종하여 기지를 이륙한 후 비행훈련 수행 중 강원도 평창군의 한 능선에 추락하여 사망하였다. 해당 공군부대장이 발행한 전투기 조종사 추락사고 보고서는 해당 전투기가 추락하여 완파되었고 조종사는 추락하여 순직했다고 기록되었다.
조종사는 손해보험사의 장기상해보험에 가입했고 교통재해 사망시 1억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보험사는 전투기는 교통수단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반 재해사망보험금인 5천만원만 지급하였다.
보험금 수익자인 조종사의 미망인은 피보험자가 탑승한 F-5전투기는 약관에서 정한 교통수단, 즉 항공기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에도 F-5전투기의 장치를 본래의 용법과 목적에 따라 사용하던 중 추락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교통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보험사는 교통수단은 본래 사람이나 물건을 운반하기 위한 것으로 정하고 있어 운반이 본래 목적임을 명시하고 있으나 전투기는 공중전을 주 임무로 하는 민첩한 군용기로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전투기는 공대공 요격 임무를 수행하거나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교통수단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사건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로 넘겨졌다.
위원회는 공중전을 주 임무로 하는 작고 민첩한 F-5전투기를 당해 보험약관의 교통재해분류표에서 정하고 있는 교통수단에 해당되는지의 여부를 살펴보았다.
첫째, 해당 약관은 전투 또는 훈련 목적의 기구는 제외한다는 면책조항을 정하고 있지 않았다. 또 전투기에 탑승하여 작전 또는 훈련 활동을 한다는 사실 자체를 보험금 지급 면제사유로 정하고 있지 않았다.
둘째, 약관상에 교통수단으로 예시하고 있는 유형에 모두 ‘등’이라고만 기재하고 있었다. 따라서 사람이나 물건을 운반하기 위한 기구로서의 정의를 충족하고 있어서 그 종류를 제한하여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이러한 약관 내용을 근거로 F-5 전투기를 해당 보험에서는 교통수단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또 보험계약체결 시의 대화록을 근거로 전투기의 교통수단 여부를 판단했다. 전화녹취 내용을 살펴본 결과 비행기 이착륙 굉음으로 인해 목소리가 잘 안 들리자 피보험자가 “이곳이 비행장이라서 비행기가 이륙하느라고 그렇다”고 말하자 보험사 상담원이 “예”하고 대답하는 내용이 나왔다. 이어서 상담원이 피보험자가 군대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 하고 묻자 “조종사”라고 답하였다. 상담원은 “조종사는 보험가입하기가 까다로운데 배우자가 ㅇㅇ신용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이 건 보험가입이 피보험자의 배우자가 ㅇㅇ신용카드를 잘 이용하기 때문에 이 혜택을 준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보험사가 당해 피보험자가 그 직업의 특성상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군대 내에서 전투기 조종과 관련한 일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또 보험계약 인수 실무지침에 전투기 조종사에 대한 별도의 제한 조항을 두지 않았음도 확인했다.
위원회는 보험약관의 해석으로 보나 계약체결 시 보험계약 체결의 주된 이유를 볼 때 교통재해사망으로 본다고 결론지었다. 보험계약 체결의 주된 이유는 피보험자의 배우자가 ㅇㅇ신용카드를 소지하고 카드를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사고 발생 후 적정여부를 다투는 보험사의 행위를 온당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교통재해사망특약이 있는 보험상품은 교통재해사망으로 인정되면 보험금이 몇 배로 늘어나므로 수익자들은 꼼꼼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통상 약관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례를 상세하게 나열하지 않고 간략하게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약관 조항이 애매하거나 불명확하여 약관의 해석을 놓고 분쟁이 생길 경우에는 약관작성자가 불명확한데 따른 불이익을 받게되어 있어 보험사가 책임을 진다. 약관규제법은 약관내용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때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도록 되어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