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은행, 근저당 설정비 반환책임 없다"
주택담보대출시 고객들이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은행들이 반환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오며 은행권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고영구 부장판사)는 국민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271명이 '근저당권 설정비 4억3000만원을 반환하라'며 국민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또 같은 법원 민사합의33부도 대출 고객 48명이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외환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국시티은행을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이번 판결로 은행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된 반면 금융소비자들은 항소 준비를 하는 등 복잡한 심경이 됐다.
지난 9월 인천지법 부천지원(이창경)은 이모 씨가 "대출시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비용과 이자 7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경기도의 한 신용협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씨에게 68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불과 몇 개월을 사이에 두고 근저당 설정비 관련 판결이 뒤집혀 버린 것이다.
이번에 재판부가 엇갈린 판결을 내린 것은 은행에서 고객이 설정비 부담할 때 금리인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 혜택을 부여했으므로 비용을 반환할 만큼 고객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정도의 신의성실원칙 위반이 없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대법원이 지난해 8월 '근저당 설정비 등 대출 부대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게 한 은행 약관은 불공정하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린 이후 이 같은 불공정 약관을 이유로 근저당 설정비 반환 소송이 줄이어 왔다.
한국소비자원도 "은행이 대출자에게 전가한 근저당권 설정 비용에 문제가 있다"며 집단소송을 신청한 4만2000명을 대신해 1500여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내기도 했다.
금융권은 잠재적인 근저당 설정비 반환 소송 대상자수가 2백만명에 달하고 소송 규모만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었다.
그동안 은행 측에서는 대법원에서 약관이 불공정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지 원천적으로 약관이 무효라고 본 것은 아닌 만큼 설정비를 반환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펴 왔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법원에서 고객들이 금리를 감면 받는 대신 근저당권 설정비를 부담하는 선택적인 위치에 있었다고 본 것 같다"며 "하지만 소비자들은 금리 감면도 받지 못 했으며 일방적으로 설정비 부담을 해 온 만큼 항소를 통해 이 같은 부당함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