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륜 오토바이(일명 사발이)를 타고 가다 불법 주차된 트럭을 들이 받아 사망하였다면 각각의 책임은 어떻게 될까?
74세의 A씨는 사륜 오토바이를 무면허로 운전하던 중 횡단보도 앞 10미터 이내에 불법 주차한 트럭에 머리를 부딪쳐 부상당한 후 입원 중 사망하였다.
사망자의 아들은 트럭이 가입한 보험사에 사망보험금 2000만원과 치료비 2500만원 등 총 4500만원을 배상하라고 요청했다. 그는 부친이 농사에 필요한 비료를 구입하기 위해 사륜 오토바이를 운행 중 불법주차된 차량을 추돌하여 사망하였고 차량 소유주도 보험처리를 희망한다며 보상을 요구했다. 보험사가 불법주차된 차량의 과실이 전혀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보험사는 운전자의 전방주시 태만이 사고원인이라며 지금을 거절했다. 사고발생 시간이 오전 8시 40분경으로 주간이고 사고도로가 편도 2차로에서 3차로로 넓어지는 도로이며, 주차된 차량의 위치가 3차로이고 직선도로에 가까워 시야가 확보된 장소라는 것이다. 따라서 주차차량과 추돌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는 불법주차와 사고의 인과관계를 밝히는데 주력했다. 인과관계 유무는 사고발생 시각, 주차된 차량의 도로 점유상태, 사고 당시 운전자의 음주여부 등 신체상태와 사고 운전자의 시야확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위원회는 경찰서에서 발행한 교통사고 사실 확인원, 교통사고보고 및 사고당시 사진자료 등을 검토하였다. 그 결과 사고 도로는 편도 3차선의 곡선도로로 트럭은 갓길이 아닌 주․정차가 허용되지 않은 3차로의 대부분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었음이 확인됐다. 도로의 형태도 직선도로가 아닌 곡선도로여서 이러한 곡선도로는 운전자의 시야확보에 장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보험사는 사륜 오토바이 운전자가 좌측 1, 2차로를 이용하여 얼마든지 정상주행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사고지점의 도로가 2차선에서 3차선으로 넓어진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시속 50km 이내로 저속 주행하는 사륜오토바이는 도로의 가장자리인 3차로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트럭은 갓길이 아닌 주․정차가 허용되지 않은 3차로의 대부분을 무단으로 점거하여 주차하고 있었다. 따라서 사고발생에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트럭의 불법주차는 3차로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사륜오토바이의 주행에 장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과 사고당시 2차로로 차량들이 진행하고 있었다면 3차로에 주차된 트럭을 피해 2차로로 진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사고당일 응급센터 진료기록지에 따르면 사고당시 관련 사륜오토바이 운전자가 음주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졸음운전이나 신체적으로 이상이 있는 상태에서 사륜 오토바이의 조향장치를 조작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자료도 찾아 볼 수 없는 점도 보험사의 책임을 인정하는데 참작하였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트럭의 불법주차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트럭의 과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보험사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사고 발생시기가 해가 일찍 뜨는 8월이어서 아침 8시 40분경은 어둡지 않았고 사륜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고지역 주변에 거주하고 있어 평소 주변지역을 잘 알고 있었다는 사정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사륜 오토바이 운전자가 전방주시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였다면 사고를 피할 가능성도 있었음을 함께 고려했다. 위원회는 사륜 오토바이 운전자의 과실이 더욱 크다고 판단하고 트럭의 과실을 10%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