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15일 우리나라와 EU 사이에 자유무역협정이 정식으로 발효됐다. 세계최대 시장인 유럽과의 관세철폐·인하로 예전보다 싼 가격에 상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된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한층 높아졌다.
한·EU FTA는 수출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희소식으로 다가왔다. 유럽 여행에서 구입한 각종 물품에 대해 FTA에 따라 관세를 면제 또는 인하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현지에서 국내보다 싼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해외 유명브랜드의 '명품'을 구입한 여행객들은 입국시에 관세를 아예 납부하지 않거나 인하 받게 됐다.
특히 여성 여행객들을 중심으로 유럽여행시 가장 구입량이 많은 '명품가방'의 경우 기존에는 8%의 관세가 과세됐지만, FTA 발효 이후 관세율이 0%로 변경되며 관세가 아예 철폐됐다.
명품의 고장 프랑스, 이탈리아 등 EU 회원국에서 구입한 고가의 가방을 국내로 들여오더라도 관세를 한 푼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유럽산 명품가방이라고 무조건 관세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원산지 증명을 중요시하는 FTA 특성상 EU 회원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원산지신고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EU FTA 협정에 따르면 여행자 개인 휴대품의 경우 미화 1000달러를 초과하는 물품에 대해 관세특혜를 받으려면 '원산지신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유럽산 명품가방의 가격은 미화 1000달러(107만원 가량)를 훌쩍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유럽여행에서 구입한 명품가방에 대해 관세특혜를 받기 위해서는 원산지신고서가 필수다.
원산지신고서란 원산지를 입증하는 일종의 증명서류다. 수출자(판매자)가 발행한 영수증 등에 FTA 협정에서 미리 정한 원산지신고 문안을 기재하고, 수출자(판매자)의 이름 및 서명을 수기로 적은 서류를 말한다.
원산지신고 문안은 스템프나 인쇄로 영수증 등 상업서류에 기재해야 하며, 수기로 작성할 경우에는 잉크를 사용해 대문자로 작성된 것만 인정된다.
즉 유럽 상점에서 명품가방을 구입할 경우에는 원산지신고 문안이 적혀 있는 영수증 등 원산지신고서로 인정되는 서류를 함께 받고, 입국시 인천공항세관에 제출해야 FTA 관세특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인천공항세관에 따르면 FTA 협정에서 원산지신고서 발급을 거래 당사자 사이에 이뤄지는 거래 조건 등으로 규정해 수출자 또는 판매자가 원산지신고서를 발행해 주지 않더라도 강제할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이탈리아로 여행을 다녀온 한 여행자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가방을 구입하고 FTA 특혜를 받기 위해 원산지신고서를 요구했지만 제대로 발급해 주지 않았다"며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FTA 특혜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