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에 비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측하는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재정절벽 등이 최대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우려되는 중국 경제의 수출둔화와 이란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도 2013년 세계경제의 연착륙을 위협하는 돌발변수로 꼽히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서울시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박재완 장관 주재로 제37차 위기관리대책회의를 개최하고 '2013년 주요국의 경제전망 및 주요 이슈' 등을 논의했다.
우선 재정부는 IMF와 주요 IB 등이 발표한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분석하며 올해에 비해 내년에는 세계경제가 소폭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IMF는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률을 올해보다 0.3%p 높은 3.6%로 예측했고, 주요 IB들도 최대 3.4%의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며 올해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다만 유로존과 일본의 경우 성장 부진이 지속되고 미국도 큰 폭의 개선은 어려워 전반적으로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전망이다. 중국 등 신흥국들도 그동안 실시한 통화·재정정책 등 경기부양 대책 효과가 반영되더라도 완만한 회복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부는 내년도 세계경제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유럽 재정위기 ▲미국 재정절벽 ▲중국경제 회복 ▲국제 원자재가격 변동성 ▲외국인 자금흐름 등 5개 이슈를 꼽았다.
지난 2010년부터 세계경제를 강타한 유럽 재정위기의 경우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매입 발표와 491억유로에 달하는 그리스 구제금융 결정 등으로 시장불안이 완화됐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 리스크가 심화될 우려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은행감독 방안 합의 등 재정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대책이 진전되고 있지만 스페인 구제금융 필요성 증가, 이탈리아 개혁 후퇴 가능성, 그리스의 긴축목표 미달성 등의 위험요인이 재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재정절벽 가시화도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리스크 중 하나다. 현재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재정적자 축소 방안을 놓고 대치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가 조만간 소진돼 재정절벽 우려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 고소득자 증세 방안 등 파국을 피하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하고 있어, 올해 연말까지는 어렵더라도 내년도 초까지는 합의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세계경제의 심장으로 우뚝 선 중국경제의 회복세도 내년도 세계경제의 주요 변수다. 중국은 올해 3/4분기 성장률이 7.4%로 떨어지며 7분기 연속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최근 생산 등 일부 경제지표가 개선돼 급격한 경기하락 우려는 완화된 상황이다.
시진핑 체제 출범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안정적 물가수준과 경기부양 여력 등을 감안할 때 내년도 중국 경제는 8.2%(IMF 전망치)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올해에 비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재정절벽 등 대외여건이 악화되고 위안화 절상에 따른 수출 둔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중국 내의 빠른 임금인상 등이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도 있다.
세계경제를 들었다 놨다 하는 국제유가도 돌발 변수다. 현재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9월 중순 이후 100∼110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내년에도 원유 수급은 개선되지만 글로벌 재정위기 등 불확실성이 여전해 박스권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 경우 유가 상승세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어 정부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
외국인 자금흐름은 내년에도 주요 국가들의 양적완화 정책이 계속되고 경기회복이 기대돼 국내 유입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대외변수에 따라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가 연동하는 점을 감안하면 빈번한 외국인 자금 유출입 반복 현상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재정부는 2013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에 비해 다소 증가할 전망이지만, 일부 리스크 요인들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 내수 및 민간투자 진작 노력과 함께 장기성 해외직접투자(FDI) 유입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유럽재정위기 재부각과 미국 재정절벽 현실화 등에 대비한 상황별 대응계획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디레버리징(채무조정) 등 신용경색에 대비한 충분한 수준의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고,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 등 잠재적 리스크도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 변동성 완화 방안의 세부기준을 신축적으로 운영하는 등 대규모 핫머니 유출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금융회사들의 과도한 레버리지(차입) 자제 유도 등 건전성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