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효과 1000억원 안팎…"미세조정"
세율·과표구간 조정 차기정부로 넘어갈 듯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소득세 개편방안의 윤곽이 잠정적으로 확정됐다.
18대 대선에서 승리한 여권은 당초 소득세 과표구간와 세율 등 근본적인 소득세 체계를 바꾸려는 입장을 선회, 정부가 제시한 고소득 근로자 비과세·감면 총액상한제를 사실상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억대 연봉을 넘어가는 근로소득자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가 연간 2000~3000만원 정도로 축소되며, 개인 사업자에 대한 최저한세율(확정세액 35%)도 최대 50%까지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초 논의된 세율, 과표조정 논의와 비교해 사실상의 미세조정 수준으로, 근본적인 소득세제 개편은 차기정부 몫으로 넘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3일 국회, 기획재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오는 27~28일 열리는 본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수정대안'으로 상정시켜 표결을 통해 입법화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논의된 소득세 개정안은 소득세 과표구간 및 근로소득공제율 등을 조정, 연간 7000~1조5000억원 상당의 추가 세수를 확보하는 중폭 이상의 개편방안이었다.
구체적으로 새누리당은 38%의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구간을 현행 3억원에서 2억원으로 낮추되 해당 구간 근로소득공제율을 5%에서 0%로 낮추는 안을 제시했고, 민주통합당은 최고세율 적용 과표구간을 1억5000만원까지 낮추되 근로소득공제율을 5%에서 1%로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이 여권의 승리로 귀결되면서, 소득세 개편 논의 방향성이 급격히 바뀌었다.국가 조세정책의 골격인 소득세 개편논의를 새 정부 출범에 앞서 국회 차원에서 미리 결정짓는 것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새누리당은 특별한 과표 조정이 수반되지 않는 정부의 소득공제 총액한도제를 전격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야권은 복지재원 확보를 위해 올해 안에 소득세를 개편하자는 뜻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1일 열린 국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소득세 개편방안을 논의했으나, 팽팽한 의견대립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양당의 당론을 본회의에서 수정대안으로 상정한 뒤 표결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본회의 수정대안은 상임위에서 개정안 심사를 보류되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 이와 관련된 수정법안을 각 당 소속 의원 3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본회의에 곧바로 상정하는 방법이다.
작년 말 국회에서 통과된 이른바 '한국판 버핏세(과표 3억원 초과구간에 38%의 소득세율 적용)'도 이 같은 본회의 수정대안 상정방식으로 결정된 바 있다.
이럴 경우 현재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의 당론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현재 의료비, 교육비 등 항목별로 한도가 정해진 소득공제 총액한도를 연간 3000만원 수준으로 제한한 경우, 연소득 1억5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세금부담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법 개정으로 연간 1000억원 정도의 세수가 추가로 확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초 정치권이 주장해 온 방안보다는 세수확대 수준이 대폭 줄어든 셈이다.
새누리당은 올해 이 정도 수준으로 부자증세 '미세조정'안을 관철시킨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소득세율, 과표조정 등 개편작업을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 박근혜 정부 첫 세제개편안에 소득세율 및 과표구간 조정 등 대대적인 소득세 개편방안이 담길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소득공제 총액한도제, 개인사업자 최저한세율 조정방안 등은 별도의 세율조정이 필요 없는 문제"라며 "그동안 정치권에서 논의한 소득세율 및 과표구간 조정문제 등은 내년도 정부 세제개편안에 담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