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사용할 첫 예산안이 진기한 기록을 갖게 될 전망이다. 여야 간 지루한 공방 끝에 미뤄진 예산안 처리가 사상 최초로 이듬해 본회의에서 표결처리 되는 '촌극'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록 여야 '합의처리' 명분을 위한 것이라지만, 쇄신국회를 외친 정치권의 예산안 '늑장처리'는 앞으로도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11시35분경 가까스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한 2013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강창희 국회의장은 20여분 뒤인 11시56분 본회의를 개의했다.
강 의장은 본회의를 열자마자 곧바로 '공휴일 본회의 개의에 관한 건'을 상정·통과시키고, 회의 차수도 31일 1차 회의에서 2차 회의로 변경했다. 그 10분 사이 해는 바뀌었지만 명목상 지난해 12월31일에 회의를 열었다는 명분을 남기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공휴일 처리 안건이 상정된 것 자체가 사실상 연내 통과가 무산됐다는 뜻을 의미한다.
이날 밤 11시56분과 자정은 시간상 몇 분 차이이지만 날짜로는 2012년이 지나 2013년이 되는 순간이다. 예산안 처리를 위해선 법적으로 2012년도의 본회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31일 밤 1차 본회의를 연 뒤 곧장 산회하고, 1일 0시1분에 2차 본회의를 여는 절차를 밟은 것이다.
해마다 예산안 처리시한인 12월 마지막 날엔 차수변경이 흔히 벌어지곤 한다. 하지만 올해처럼 예산안 처리를 연내에 하지 못해 본회의 차수를 변경한 것은 사상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는 지난 2011년 말에도 2012년도 예산안을 연내 처리한 뒤, 세법개정안 등 예산 부수법안 처리문제로 회의 차수를 변경한 바 있다.
한편 올해 예산을 올해 처리하기 위해 열리게 될 2차 본회의는 오전 1시 현재까지도 정회된 상태이며, 회의 속개시간도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