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강화…"'기본세금' 더 내라"
부동산·금융·미술품 등 '재테크'수단 전방위 과세강화
계사년(癸巳年) 새해, 고소득층의 세부담 증대가 현실화되고 있다.
정치권은 총선 공약이었던 '복지확대' 정책과 이를 넘어서 대선 화두로 급부상한 '경제민주화' 논의에 따라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증세(增稅)'를 본격화 했다.
구체적으로 기본적인 소득세는 물론, 그동안 고소득 자산가들의 전통적인 '재테크' 수단이었던 부동산, 금융, 미술품 분야까지 세금 부담을 확대하는 방안이 전격 시행된다.
통상 징벌적인 과세에 부정적 기류가 강했던 여권조차 복지확대, 경제민주화 분위기에 합세, 각종 고소득층 과세강화 방안들에 손을 들어줌으로써 당초 정부가 구상한 세법개정 틀을 상당히 바꿔놓았다.
□ 억대 연봉자·고소득 자영업자 세부담 '↑' = 우선 억대연봉을 받는 고소득 근로소득자와 의사, 변호사 등 전통적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소득세 부담이 내년부터 늘어날 전망이다.
1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는 민주통합당이 제안한 소득세법 수정대안을 표결처리하는 '담판' 과정을 통해 고소득 근로자, 자영업자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방안을 결정했다.
당초 정치권은 소득세 최고세율(38%)이 적용되는 과표구간을 현행 3억원에서 1억5000만원(민주당)~2억원(새누리당)으로 낮추는 안을 각각 제시했으나, 대선 이후 새누리당이 정부가 제시한 간접증세 절충안으로 당론을 바꾸면서 대립각을 형성했다.
과표구간 및 근로소득공제율 조정 등 보다 세수효과가 강한 직접증세를 주장했던 민주당은 조세소위 협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본회의 수정대안으로 직권 상정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결국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한 여권과의 표싸움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새누리당의 수정대안이 본회의를 통과됨에 따라 내년부터 연봉 1억5000만원 이상 고소득 근로소득자들은 연간 소득공제 한도가 '2500만원'으로 줄어들며, 연간 산출세액 3000만원 초과 자영업자도 각종 세금감면 뒤 받은 뒤 최소한 내야하는 종합소득세 최저한세율이 기존 35%에서 45%로 올라 세부담이 상당폭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이 같은 소득세 증세를 통해 연간 1000억원 상당의 추가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단 올해는 특별히 과표·세율을 과감하게 뜯어고치는 방식이 아닌, 간접증세 방식으로 일단락 됐지만, 야권이 지속적인 증세강화 방안을 요구할 계획이어서 차후 고소득층의 세부담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종학 의원은 "내년 박근혜 정부 첫 세제개편안에 대규모 개정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번에 여야가 설치하기로 합의한 기획재정위 내 조세개혁특위에서 각종 증세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증세분위기 등을 감안해 내년 박근혜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에 새로운 과표구간과 세율을 담은 소득세법을 추진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고소득자의 증세기조가 당분간 이어진다는 얘기다.
□ 정부 부동산 관련 감세안 대폭 수정·폐기…'증세 예고' = 당초 정부가 올해 세법개정을 통해 추진하고자 했던 부동산 관련 감세방안도 대폭 수정·폐기돼, 부동산 자산가들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세법개정 논의결과, 다주택자 및 비사업용토지에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의 소득세, 법인세, 조세특례제한법 등이 대폭 수정·폐기됐다
구체적으로 우선 정부가 올해 '완전 폐기'를 추진했던 다주택자 및 비사업용토지(개인)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가 2013년까지 1년 더 유예하는 방안으로 수정됐다.
정부는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유명무실해진 양도세 중과세 제도를 아예 없애,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택거래를 늘리려고 했지만 세수확보를 통한 국가 재정건전성 유지와 투기과열 우려를 제기한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추진했던 ▲개인 비사업용토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부여 ▲2년 미만 단기보유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완화 ▲법인 주택·비사업용토지 양도시 법인세 30% 추가 과세 폐지 등 각종 감세방안들이 모두 폐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번 세법 수정결정을 통해 연간 5000억원 상당의 세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증세효과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을 보유한 법인과 자산가들에게 귀착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감세혜택을 예측해서 주택이나 토지매각을 세운 자산가들은 계획에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금융소득종합과세 대폭 인하…세테크 '비상' = 여야 합의의 산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현행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대폭 인하되면서 '세테크'를 위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상한 자산가들에게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당초 정부안은 금융소득종합과세기준을 일단 3000만원으로 낮춘 뒤, 시장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낮출 예정이었으나 국회 논의과정을 통해 2000만원까지 대폭 하향 조정됐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이자, 배당소득 등 금융소득이 개인별로 연간 4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이를 근로소득, 사업소득, 연금소득 등과 더해 일반 소득세율(6~38%)을 적용해서 누진과세하는 제도다.
그동안 연간 4000만원까지의 금융소득 등은 14%대의 원천징수세율이 적용됐으나, 이 한도가 2000만원으로 대폭 줄어들면서 연봉이나, 사업소득에 더해져 이보다 훨씬 높은 세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실제로 현재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4만9000여명이나, 제도변경에 따라 과세대상자가 약 20만명까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금융소득종합과세 조정만으로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당초 정부가 제출했던 개정안(4000만원→3000만원)보다도 3배 이상 늘어난 세수효과로, 금융자산가들에게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권은 벌써부터 이번 세법개정의 틈을 노린 금융자산의 증여 및 비과세 금융상품 이전 논의로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 무너진 '철의 장막' 미술품 양도세 전격과세 = 정부가 과세제도를 발표한 뒤 무려 23년간 제도 시행이 미뤄졌던 고가 미술품 양도세 과세도 내년부터 예정대로 전격 시행된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제도시행을 4년 더 유예하는 개정안(새누리당 주호영 의원 대표발의)이 제출됐지만, 정치권 경제민주화 논의에 밀려 정작 세법소위 심사대상에도 올리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작고(作故)한 작가의 6000만원 이상 미술품은 거래과정에서 발행되는 양도차익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해외작가의 작품은 생존여부와 관계없이 과세대상이 포함된다.
보유기간 등에 따라 미술품 가격 상당부분이 공제되고, 양도차익 분리과세로 세 부담 자체는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미술품 양도세 과세조치에 따른 연간 세수확보액은 16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술계와 컬렉터들을 긴장시키는 것은 비단 세금 부담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과세당국이 그동안 은밀하게 이뤄졌던 자산가들의 미술품 거래내역 실상을 파악하게 될 법적인 근거가 생겼다는 점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실제로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과세조치로 그동안 은밀하게 비과세 장벽 속에서 이뤄진 검은 거래를 통한 숨은 세원을 어느 정도 들춰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비롯 각종 부정비리 사건에 연루된 각종 고가 미술품 등을 보더라도 그동안 미술품 시장에 정상적이지 못한 거래관행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과세제도 도입으로 예전보다 세원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