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최초로, 해를 넘겨 새해 예산안이 처리되는 '불명예'가 기록됐다. 그동안 여야가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몸싸움을 벌이거나 '날치기' 처리한 경우는 많았지만, 해를 넘겨 처리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여야가 5년만에 예산안 합의처리에 뜻을 같이 했다는 사실도 빛을 바랬다.
여야가 해를 넘긴, 1일 오전 6시 예산안을 처리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제주해군기지 예산 문제 때문이었다.
여야는 그동안 힘겹게 줄다리기 해왔던 국채발행과 부자증세 등의 세법개정안, 택시법,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담은 유통법 등을 놓고 전날 오전 막판 타결을 하면서 연내 예산안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전날 오후가 되자 제구해군기지 예산 문제가 불거졌다. 새누리당이 원안대로 국방부 소관으로 예산을 처리하자고 주장했지만 민주통합당은 국방부와 국토해양부로 예산을 분리해 처리하자고 맞선 것.
또 민주당은 제주해군기지 예산 중 2조9000억원을 삭감하고 공사를 2개월간 중지하는 등의 요구를 하자 새누리당이 이에 반발했다.
이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간사가 협의를 진행했음에도 결론이 나오지 않자 바통은 양당 원내수석부대표에게 넘어갔다가 결국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까지 나서게 됐다.
여야 원내대표는 제주해군기지 예산을 그대로 두되, 군항중심 운영 우려를 불식시키고 크루즈 선박 입항에 대한 검증과 더불어 항만관제권 및 항만시설 유지, 보수비용 등에 관한 협정서 체결 등 예결위의 3개 권고사항을 이행해 국회에 보고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부대의견을 넣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 의원들이 이에 또다시 반발하며 부대의견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 여야는 밤새 마라톤 의원총회와 협상을 통해 '70일 이내 부대의견을 이행해야 한다'는 절충안을 찾고 이날 오전에서야 예산안을 처리하게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