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내수경기 침체로 인해 애초 목표했던 경제성장률의 하향세가 가팔라지기 시작한 시점(2012년 9월11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자동차 개별소비세(이하 개소세) 인하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들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은 경기부양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가 단골로 써먹는 정책. 자동차와 연관된 산업의 크기가 상당하기 때문에, 자동차 판매량 증가에 동반되는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정부가 시행한 정책은 구체적으로 배기량 2000cc 이하 5%→3.5%, 2000cc 초과 8%→6.5%로 각각 인하하는 내용이었다. 개소세 인하 작동기간은 연말까지(2012년 12월31일)로 한정했다.
구랍 31일을 기점으로 개소세 인하는 끝이 났지만 개소세 인하 정책이 가져온 효과에 대한 의문과 비판은 남은 모습이다. 과연 자동차 개소세 인하로 정부가 원했던 경기부양 효과를 충분히 얻어 냈느냐가 의문과 특정 기업에만 혜택이 쏠린 정책 아니었느냐는 비판이다.
□ '경기부양' 효과, 사실상 없었다? = 지난해 9월11일 개소세 인하가 적용된 지난 4분기(10월∼12월) 현대·기아차, 한국GM 등 국내 5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직전년 동기 대비 6.3%가 늘어난 39만여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 입장에서 보면 개소세 인하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본 셈. 하지만 국가 경제 전체적인 측면에서 볼 때 자동차 개소세 인하가 경기부양에 특효약으로 작용했는지 여부는 '의문부호'가 찍혀 있는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반짝효과'를 거두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즉, 개소세 인하를 통해 올해(2013년) 발생할 자동차 수요를 미리 끌어당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올해 경제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하면, 오히려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한 경제전문가는 "실질소득이 늘지 않은 상태에서 일시적인 감면 조치로 소비 진작을 하는 것은 감면기간 종료 후 소비의 급격한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자동차 개소세 인하가 가져온 경기부양 효과를 추산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경기부양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제대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최소 1분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 자동차 개소세 인하, 특정업체 배만 불렸다 = 경기부양 효과의 유무를 판단하기에는 다소 성급한 측면이 있다하더라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자동차 개소세 인하로 인해 특정업체가 잔뜩 배를 불렸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현대기아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는 자동차 개소세 인하가 적용된 지난해 4분기 18만6200대를 판매, 전년 동기 17만2122대 대비 8.1%의 판매량 증가 효과를 봤다. 기아차도 전년 동기 12만5389대 대비 4.8% 늘어난 13만1514대를 팔았다.
현대차그룹을 통틀어 2만203대를 더 판매한 셈. 이를 토대로 추산된 개소세 인하 혜택은 734억원. 재정부가 자동차 개소세 인하로 발생할 세수감소분(추정치) 1000억원 중 70% 이상을 현대차그룹이 잠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안팎에서는 경기부양 효과를 떠나 특정업체가 대부분의 혜택을 먹는 자동차 산업 구조를 감안할 때, '형평성'을 확보할 수 없는 자동차 개소세 인하 정책을 더 이상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개소세 인하 적용이 끝나자마자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자동차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가격할인에 나서는 현재 상황에 비춰봐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 그만큼 자동차 회사들이 개소세 인하가 아니더라도 자동차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가 침체될 때마다, 정부가 당장의 효과가 불분명한 '경기부양'을 명분으로 특정업체에만 혜택이 쏠리는 자동차 개소세 인하 정책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입법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소비자가 자기 마음에 드는 차를 사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호도가 높은 업체에 개소세 인하 혜택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라며 "다만 개소세 인하가 경기부양의 효과가 있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제도냐는 것은 지속적으로 분석해 봐야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2000cc 이상 중대형차 개소세 인하 또한 정작 지원이 필요한 중산서민층이 아닌 상대적 고소득층에 대한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명분이 약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세금을 인하해 줄 정도로 심각했는가 돌아봐야 한다"며 "주요 자동차 수출국인 미국·유럽의 재정위기로 발생한 수출 감소분을 내수로 보전해 준 측면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특히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세금인하 정책을 취할 수도 있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자동차 산업이 정상적 궤도에 올랐을 때 대기업이 그에 상응하는 법인세를 제대로 내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의 재벌·대기업에 비과세 감면 제도가 집중돼 있고 실효세 부담율이 낮다는 것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라면서 "대기업이 법인세를 제대로 내고 있는 정상적인 상태에서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용인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감면, 환율 정책 등으로 수출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부분은 점검해 봐야 할 것"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