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K9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즐겨 애용했던 K9이 판매부진을 면치 못하자 결국 가격을 크게 내렸다.
기아차는 9일부터 K9에 대해 선호도가 높은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첨단사양을 기본 적용하면서도 가격을 최대 291만원 인하하여 시판에 들어갔다.
K9은 지난해 5월 독일의 럭셔리 세단과 경쟁하겠다며 내놓은 야심작이지만 출시 초기 3개월 반짝 인기를 누린뒤 줄곧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쌍용차의 체어맨에도 판매량에서 밀려 비인기 차종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정몽구 회장까지 K9을 자주 애용하며 K9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정 회장은 지난 4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에 K9을 타고 등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고 변중석 여사의 5주기 제사에도 K9을 타고 자리한 바 있다.
◆…자료 :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정 회장의 각별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K9의 판매실적은 기대에 크게못미치고 있다. K9은 지난해 5월 출시돼 연말까지 모두 7599대가 팔리는데 그쳤다.
출시 초기 3개월은 1400~1700대 수준의 판매실적을 보였으나 4개월 이후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혜택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월500대 안팎의 부진한 판매실적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개별소비세 인하조치가 없었더라면 K9의 지난해 4분기 판매실적을 더욱 저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의 대표적 대형차였던 오피러스의 경우 신모델 출시후 1년간은 신차효과로 월2000대 가량 꾸준히 팔려나간 것과 비교된다.
기아차는 K9의 가격을 최대 291만원까지 내리는 전략으로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 가장 저렴한 모델인 3.3 모델의 프레스티지가 5228만원이며 가장 높은 가격대인 3.8모델의 프레지던트가 8538만원이다.
K9은 쌍용차의 체어맨과 비교해도 판매량에서 뒤쳐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K9은 580대가 팔렸지만 3587만원에서 4773만원대에 있는 체어맨은 595대가 팔려 체어맨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약화되어 있는 상태다.
수입차의 위협도 거세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BMW 520d 모델은 가격이 6080만원에서 1억1320만원대에 위치해 있지만 지난해 7485대가 팔렸다. K9의 판매대수에는 약간 못미치지만 지난해 수입차의 성장세가 24%를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언제라도 K9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겠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K9의 판매가 급감 추세를 보이자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차나 수입차와 경쟁하기 위해 가격인하라는 카드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