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이 복지재원 확충 방안으로 내세운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을 실제로 시행할 경우 서민·소상공인 등 저소득 계층에게 더 큰 세금 부담만 지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민들의 세부담을 늘리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사업자들 보다는 세금탈루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법인 사업자들의 세원투명성을 확보하는데 조세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기업 회계감사 등 간접세무조사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인천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은 21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납세자포럼에 참석,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회계감사 등 간접세무조사의 세원투명성과 활용'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우선 홍 교수는 새 정부가 복지재원 확충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세수확보 방안을 실제로 시행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차기 정부는 복지분야 공약을 실행해야 하는 입장이 됐으나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세수확보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세수확보는 납세자의 소득형편 등 공평성과 저항을 살펴야 하고 국제경쟁도 고려해야 하는 등 손쉽게 달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율 인상이나 비과세·감면 축소 등을 시행할 경우 세부담이 늘어날 개인 납세자들의 조세 저항이 우려되고, 법인세율 인상 등 기업에 과세되는 세금을 인상한다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 서있는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홍 교수는 새 정부가 추진을 모색하고 있는 비과세·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수확보 방안이 서민,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소득이 낮은 계층에게만 더 많은 세부담을 지울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차기정부는 세율 인상과 같이 모든 납세자에게 영향을 주는 정책수단 보다는 특정 비과세·감면 축소, 혹은 지하경제 양성화 등에 의해 그동안 과세되지 않은 분야의 세수를 늘리는 방향을 찾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수단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비과세·감면은 서민, 중소기업 등 특정 이해관계자가 관여된 것이 많아 손을 대기가 어려운 정책수단 중 하나"라며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불법주류유통 차단, 해외금융계좌신고 확대, 예식장·골프장·대형음식점·사채시장 단속, 체납세금 징수, 고소득전문직 소득관리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이미 시행돼 왔던 것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하경제 대부분은 소상공인, 서민 등 저소득 계층과 연계돼 있는 것이 상당해 이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국세청이 국세통계연보를 통해 발표한 '2011년 기준 사업자 소득탈루 현황'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소득이 낮은 사업자일수록 소득탈루율이 더 높았다.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을 추진할 경우 고소득자들보다 오히려 소득 수준이 낮은 저소득 계층에 세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개인사업자들의 소득신고금액별 소득탈루율은 1억원 이하 52.8%, 5억원 이하 57.8%, 10억원 이하 43%, 50억원 이하 37%, 50억원 초과 29.8% 등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더 많은 소득을 탈루했다.
벌어들이는 수입이 적은 만큼 저소득 계층일수록 한 푼이라도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소득을 낮게 신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이 시행될 경우 소득탈루율이 높은 저소득 계층의 세부담이 급증할 우려가 큰 이유다.
법인사업자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법인들의 소득신고금액별 소득탈루율은 5억원 이하 78.2%, 10억원 이하 85.2%, 20억원 이하 62.5%, 50억원 이하 54.6%, 100억원 이하 69.7% 등으로 소득이 낮은 기업들이 오히려 소득탈루가 더 심했다.
소득신고액 100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구간에서는 기업들의 소득탈루율이 36.9%로 급감했다. 중견·대기업들의 소득신고액별 소득탈루율은 300억원 이하 24%, 500억원 이하 28.4%, 1000억원 이하 19.3%, 5000억원 이라 16.5%, 5000억원 초과 3.5% 등으로 더 낮다.
홍 교수는 "사업자 소득탈루현황에서 보듯이 대체적으로 신고소득이 낮을수록 소득탈루가 더 심하다"며 "지하경제 양성화를 시도할수록 오히려 소득이 낮은 계층이 더욱 부담을 느끼게 돼 사회·정치적으로 부담이 상당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저소득층일수록 소득탈루가 많은 현상을 감안할 경우 지하경제 양성화로 상당한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시스템적 방법을 우선적으로 모색하고, 근원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민·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들의 소득탈루를 차단하기 보다는 법인사업자에 대한 세원투명성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의견이다.
홍 교수는 "현재 시점에서는 수 백만명에 이르는 개인사업자에 대한 세원투명성도 중요하지만, 먼저 법인의 세원투명성을 위한 제도적 접근이 가장 우선"이라며 "법인이 제도적으로 투명하면 이들과 거래하는 여러 개인사업자들도 투명해지고 법인사업자 및 개인사업자들과 거래하는 비사업자 개인들도 투명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특히 법인사업자 세원투명성 확보 방안으로 현재 자산총액 100억원 이상의 기업들에 대해서만 의무화한 회계감사를 100억원 미만 회사들에 대해서도 자발적으로 받도록 유도하고, 세무조사 면제 및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수입금액 100억원 이하 법인사업자의 소득탈루율이 무려 54%∼85%에 달한다"며 "말하자면 100원 중에 54∼85원의 소득을 탈루한다는 것으로 법인들이 먼저 투명해 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나서, 개인사업자에 대한 정책 수단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인의 세원투명성을 확보하는데 가장 강력한 것은 회계감사"라며 "가능한 많은 기업이 자진해서 회계감사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지 않아도 되는 자산총액 100억원 미만 회사들이 자진해서 회계감사를 받을 경우 세무조사 및 세금에서 혜택을 받도록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세원투명성이 확보돼 복지재원 마련에 기여할 것이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