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세무조사 현장에서 움직이는 조사요원들을 대폭 증원, 세정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력 재배치가 기본 틀인 조사역량 강화 방안은 국세청이 당면한 과제, 즉 국가재원의 원활한 조달을 위한 '첩경'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국세행정의 고질적 문제인 '세금체납' 해소를 위한 인력 재배치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현재 국세청이 주어진 환경에서 세수확보 목표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되고 있다.
□ 인력 재배치,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일단 국세청은 본청과 지방국세청, 일선 세무서에 배치된 인력들을 재조정, 역량강화가 필요한 분야에 집중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체납징수 분야 100여명, 세무조사 분야 400여명이 증원이 추진되고 있다.
인력의 '순증'이 아닌, 현재 국세청이 가지고 있는 인력풀 틀 안에서 재조정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각 지방국세청에 설치되어 있는 숨긴재산 무한추적팀과 같은 체납징수 분야에 인력을 보충, 체납징수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최대 하이라이트는 세무조사 분야 인력 증원이다. 현재 본청과 지방국세청, 일선 세무서 조사부서(본청·지방국세청-조사국, 일선 세무서-조사과)에 배치된 인력은 4000명을 조금 웃도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세무조사 분야에 배치된 인력의 10%에 가까운 400여명을 새롭게 투입한다는 것이 국세청의 방침이다. 인력 보강으로 그만큼 국세청 세무조사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업 등 경제현장에서 느끼는 세무조사 강도의 '체감도' 또한 한층 무거워질 전망이다.
국세청은 내달 6일과 20일 순차적으로 단행되는 복수직 4급 이하 전보 및 6급 이하 전보 인사를 통해 인력 재배치를 단행할 계획아래 인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적인 인력 증원(순증) 문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행정안전부 등과 협의를 통해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조사분야 인력 대폭 증원 "왜?" =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시점, 국세청이 당면한 최대의 과제는 '세수확보'다. 가뜩이나 올해 경기침체 심화로 인해 세수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향후 5년 동안 매년 27조원씩, 총 135조원의 재원을 새롭게 창출, 복지공약 실현에 투입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증세를 지양하고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씀씀이'를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박 당선인의 공약실현에 필요한 재원이 과소추계 됐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재원확보 방안의 현실성에 의문부호가 찍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세출 구조조정의 경우 복잡한 과정과 논란을 거쳐야만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현실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세정역량 강화는 당장 결과물을 만들어내기에 가장 최적화된 수단이다.
인수위가 국세청의 FIU 금융자료 활용 범위를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부분도 이와 맥이 닿아있다. 넓게 흩뿌려져 있지만, 관리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세원들을 관리가능 범위로 끌어들여 세수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인력 재배치를 통해 세무조사 분야 인력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뜻도 동일한 선상에서 출발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그 동안 국세청 안팎에서는 세무조사 인력 부족 현상을 호소해 왔다. 선진국과 비교해 세무조사 비율(개인+법인)이 턱없이 낮았던 것도 인력 부족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대기업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서울국세청 조사1국 산하 1개 조사반이 2, 3개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상황이 계속적으로 반복, 조사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조사요원들의 피로도가 가중되는 문제가 국세청 안팎에서 제기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FIU 금융자료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경우, 이와 관련한 업무량 또한 부수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도적 개편과 더불어 인력확충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어 왔다.
현재로서는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가진 인력풀을 최대한 활용하는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중장기적으로 현재 2만명 수준인 국세청 인력을 상당 규모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게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다.
□ "기업들 쥐어짜겠다(?)"…잘못된 시그널 전달 '전전긍긍' = 인력 재배치를 통한 세무조사 분야 '몸집' 불리기와 관련해 국세청에서는 "결국 기업들을 쥐어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잘못된 시그널이 시장에 전달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조사분야 인력충원에 대한 시장의 인식은 다소 부정적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만큼 현재 대한민국 경제상황과 세수확보를 위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 국세청의 입장이 상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시장에 이 같은 여론 형성을 경계하고 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해서 조사강도가 강해진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인력 증원으로 업무중복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조사의 효율성이 배가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400여명의 인력을 증원한다 해도 조사건수가 대폭 늘어나거나 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많지 않다"며 "기본적으로 세무조사 행정이 경제전반의 여건 등을 감안해서 운용되기 때문에 세수확보를 위한 문어발식 세무조사 확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