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세계 경기 전망과 관련 김중수 한은 총재와는 다른 비관론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28일 하성근 위원은 이날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본점에 진행된 출입기자단과 금통위원간 간담회에서 "일각에서 경제 상황이 회복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22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동향간담회에서 "금년중 세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과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하 위원은 "주요국이 야기한 거품이 대대적으로 붕괴되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가 도래했다"며 "지금 그 붕괴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를 '숙취'와 '해장술'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그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숙취'에 빠져 있는데 이를 '해장술'로 풀고 있다. '숙취'를 해결하기 위해 본질적인 체질 개선보다는 '해장술'이라는 새로운 거품을 조성해 거품 붕괴 현상에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질적으로 체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침체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
하 위원은 "(일본 등에서 주도하고 있는)환율전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해외의존도, 금융개방도로 볼 때 세계 1, 2위에 속하기 때문에 외국 자금 유출입에 심각하게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그의 발언도 일본 엔저현상 등 환 리스크가 우리나라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밝힌 김중수 한은 총재의 시각과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원화시장과 외화시장을 '천수답(天水畓)의 형태'라고 표현했다. 천수답은 저수지나 지하수 펌프 등의 관개 시설이 없어, 물을 오로지 빗물에만 의존하는 형태의 논을 말하는 것으로 그만큼 국제환경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 위원은 우리 나라 경제와 관련해서는 "과도한 가계부채 문제, 부동산 침체의 장기화 등으로 인해 경제 상황의 회복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물가가 다행히 안정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여전히 인플레이션 편향구조가 깊숙히 자리잡고 있어 전기, 가스 등의 공공요인 인상 등이 불안요인으로 언제든지 고개를 다시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