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일부 반대 기류…부처별 업무·기능 '미세조정' 가능성
노무현→이명박 정권인수 과정보다는 잡음 덜할 듯
30일 새누리당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상한 차기 정부 조직개편안을 입법발의 함에 따라 본격적인 정치권 협상에 돌입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이한구 원내대표 대표발의로 당초 인수위가 발표한 '17부3처17청' 정부 조직개편안을 원안대로 발의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일부 반대기류가 있었으나 촉박한 협상일정을 고려해 일단 별도로 수정한 내용 없이 야당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인수위가 마련한 정부 조직개편안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해양수산부 부활에 따라 현행 15부에서 17부로 장관급 부처가 2개 늘어나고, 식약청이 처로 승격돼 2처18청에서 3처17청으로 바뀌는 내용이 골자다.
민생중심 정책방향에 따라 정부의 역할이 좀 더 강화되는 사실상 큰 정부로의 회귀라는 평가가 대체적인 분석이다.
인수위 측은 대규모 공무원 수 증가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부처 증가 이외에도 경찰인력 (2만 명) 증가, 공공분야 비정규직 전환 등에 따라 공공인력이 대폭 증원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원안통과 가능성은? = 이번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상한 정부조직개편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과 관련, 지난 이명박 정권 인수위가 제출했던 원안보다는 다소 정치권 갈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해양수산부 신설의 경우 야당도 주장했던 공약이고,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의 융합체 성격인 미래창조과학부 또한 방향성 자체에 대해선 야당이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
미래부의 경우 권한이 집중된 공룡부처라는 비판도 있지만, 정통부와 과기부 모두 이명박 정부가 폐지한 것을 사실상 원상회복하는 형태여서 구체적인 업무조정 문제에서 일부 마찰이 예상되지만 부처존폐 자체가 흔들릴 여지는 작다.
미래부가 박 당선인의 창조경제 정책방향을 이끌어 갈 핵심부처라는 점도, 정권 예우차원에서 야권이 크게 어깃장을 놓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야권도 사실상 부처별 업무분장 외에 정부 조직개편안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윤관석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2일 인수위의 2차 정부 조직개편안과 관련 "정부조직 개편원칙과 방향에 큰 틀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며 "당선인의 국정철학을 구현할 수 있도록 정부조직개편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 논란 예고되는 부분은? = 하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여권 일각에서도 이번 정부 조직개편 내용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야권은 국가청렴위원회 및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반부패 조직 강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박 당선인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대검 중수부 폐지논의와 맞물려 국회에서 상당부분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조직개편안도 세부적인 각론에선 일부 이견이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야권은 ▲경제부총리 부활에 따른 기획재정부의 비대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약화에 따른 국민안전 ▲방통통신위원회의 기능분리에 따른 중립성 훼손 ▲외교통상부 통상기능의 산업통상자원부 이관 ▲미래부의 지나친 비대화 등을 주요 쟁점으로 손꼽고 있다.
이밖에도 중소기업 진흥강화를 위한 중소기업부 신설문제와 금융소비자 보호강화를 위한 금융당국 조직개편 논의도 국회 논의과정에서 추가로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비서실, 국가안보실, 경호실 등 3실 체제로 개편되는 청와대 조직개편 문제도 일부 각론서 이견이 있어 국회 논의과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처럼 일부 각론에서 이견이 노출됐지만, 쟁점 사안들이 과거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의 정권 인수인계 당시보다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명박 정부는 과거 인수위 논의과정에서 기존 18부4처18청 체계에서 여성부, 통일부 폐지 등 정부부처 대규모 통폐합 작업을 통해 13부3처18청 체계로 개편하는 파격적인 원안을 제출, 국회 논의과정에서 야권의 반발로 처리가 지연되다가 여성부, 통일부를 존치시키는 '절충안'으로 합의된 전력이 있다.
새 정부를 앞둔 이 같은 정치권 극한대립은 총리, 장관 등 내각인선 지연과도 맞물려 상당기간 조직안정성을 저해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일단 정치권은 빠른 합의를 전제로 실무적인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30일 정부 조직법 개정안과 관련 긴급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개정작업은 최종적으로 상임위에서 하지만 전체적인 골격을 정할 때는 야당과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원내에서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팀 만들어 저쪽(야당)과 협의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오늘 정부 조직개편안이 들어오는데 정부 출범에 앞서 처리돼야 한다. 이에 따른 국무총리, 헌재소장, 정부각료 인사청문회도 이번 2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