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朴 당선인' 서로 미뤄…'자진사퇴' 당론 정하기도 애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국회로부터 사실상 '낙마'된 상황임에도 '자진사퇴'가 아닌 '버티기'에 들어가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새누리당 입장이 난감해지고 있다.
특히, 청와대와 박 당선인은 서로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공을 떠넘기고 있어 '신(新)-구(舊)' 권력에 낀 새누리당이 더 곤란한 상태다. '자진 사퇴'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지만, 이를 당론으로 밀고 가기에도 적잖은 부담이 있어 '이동흡 출구전략'이 애매한 상황.
이 후보자는 지난 1월 24일 국회 인사청문특위 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면서 국회 인준을 못 받은 상태다. '부적격'보고서만을 채택해야한다는 민주통합당의 주장으로 여야 협의가 결렬됐지만 새누리당 인사특위에서도 '부적격'을 주장한 위원이 2명이나 돼 사실상 '낙마'된 것이나 다름없다.
■ '이동흡 버티기' 언제까지?…헌재소장 공백사태 장기화되나 = 문제는 지난 달 21일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한 이래 후임이 인선되지 않아 헌재소장 공백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후보자 스스로 '자진사퇴'를 하거나, 청와대의 지명철회 혹은 국회의 부결 후 다시 후보자를 지명해야한다.
현재 이 후보자는 자신의 '낙마'를 인정하지 못한 채, 지인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며 청원요청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지명이어서 지명철회라는 불명예를 피하려고 하고 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30일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 후, 이 후보자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자 "대통령직 인수위와 새누리당이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청와대는 이 후보자 인선을 박 당선인과 충분히 상의한 인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박 당선인측은 오히려 "이 후보자와 우리와 연관 말라"고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와 박 당선인간 충돌이 '특별 사면'에 이어 이 후보자 거취를 두고 지속되면서 결국 '해결사' 노릇은 새누리당이 해야 해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 당 최고위 "자진사퇴해야"…"뉴스를 안보나" = 당 관계자는 1일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정도 되면 알아서 자진사퇴를 해야 하는데 그 분도 상당히 권력욕이 강한 분인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당 고위 관계자 역시 "그 분도 신문이나 뉴스를 보지 않겠나"라며 알아서 판단해 줄 것을 에둘러 표현했다.
앞서 심재철 최고위원은 지난 달 25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의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은 매우 부적절하고, 그밖에 여러 반칙이 있었다"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심 최고위원은 지난 달 30일 김 전 총리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하자, 이 후보자를 겨냥해 "이동흡 후보자는 조속히 사퇴결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 "자진사퇴 강요할 수 없어"…"직권상정으로 국회법 절차 따라야" = '자진사퇴'발언이 최고위에서 나왔다고 해서 당론이라고는 보기는 이르다.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와 당 지도부, 당내의원들 간 이견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는 앞서 이 후보자에 대해 "헛소문에 피해 받은 사람"이라며 인사청문회를 "도살장"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원내지도부는 비록 이 후보자의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다 해도 '자진사퇴'를 당론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한 원내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 비판적 여론이 있지만, 민주당이 부적격보고서만을 채택해야 한다고 해서 무산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좀 더 논의를 해야겠지만 '자진 사퇴'를 강요할 수만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새누리당 간사였던 권성동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직권상정을 하든, 아니면 지금이라도 여야가 만나서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 해 국회법의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당 전략기획측 한 관계자는 이 처럼 당내에서도 정리되지 않은 의견들이 나오는 것에 대해 "지금 박 당선인은 인선작업을 해야하고 당은 마음대로 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MB 인선'에 발목 잡혀 참 곤혹스럽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해야할 일들이 많으니까 우선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총리 등 주요 인선이 정해지고 나야 어느 정도 당내 의견도 수렴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