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2008년 2월 출범했던 이명박 정부가 5년간의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고 있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을 비롯한 '4대강', '747공약'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글로벌 위환위기를 극복하고 일본보다 높은 국가 신용도를 달성하는 등 양호한 재정건전성을 유지해 왔다는 긍정적 평가까지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초기부터 재벌, 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중심으로 하는 'MB노믹스'를 강조했다.
이러한 기업하기 놓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책 추진의 결과 글로벌 경제위기를 잘 극복하고, 무역1조 클럽에 세계 9번째로 가입했으며, 국가신용도가 상승해 사상 최고수준을 달성하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성장위주의 정책을 펼친 결과 양극화 심화와 서민경제, 지역경제는 파탄지경에 이르는 등 서민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는 세금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도모했지만, 결국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외에 서민의 주거복지 수단인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어 전국의 전세값이 폭등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 MB노믹스, 비즈니스 프렌들리…낙수효과 없어 =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주장하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렇게 해서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그것으로 해서 경제성장의 선순환을 구조화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MB노믹스의 이론적 근거는 '낙수효과'이다. 즉 세금을 깎아주고 규제를 없애서 대기업이나 부자가 잘살게 되면 그 혜택이 비가 오는 것처럼 떨어지는 효과에 의해서 서민, 중소기업들도 잘살게 된다는 것이다.
MB노믹스는 당시 세계경제가 호황국면이었기 때문에 그 호황국면을 잘 활용해서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그 투자가 일자리로 연결되고 일자리를 통해서 삶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예상한 것이지만, 실제로 '낙수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부자, 대기업들에게 세금을 깎아줘도 실제로 소비하지 않고 저축해 버리고 또 고용없는 성장으로 인해 1999년부터 2009년까지 대기업들의 일자리는 오히려 49만개가 감소해 일반소비자의 소득이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고, 서민체감경기는 날이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게 되었다.
□ '747공약' 달성 실패…부자감세 논란 = 이명박 정부는 747공약(7% 성장, 4만 달러 소득, 세계 7위권의 경쟁력 있는 국가)을 임기내 핵심지표로 내걸고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임기 종료를 앞둔 지금 그 어느것도 달성하지 못한 상태다.
이명박 정부는 747공약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약 100조원 가까이 부자감세를 실시한 결과 국가채무가 147조가 증가했다. 이로인해 빚을 얻어서 대기업 고액재산과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세출 측면에서 보면 감사원 감사결과 총체적 부실로 나타난 4대강 사업에 22조의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면서 공약으로서의 747은 사실 방어적이고 위기관리적인 국정으로 전환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성장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과학기술 투자라든지 R&D 투자는 많이 늘었다.
특히 R&D 투자 같은 경우에 DJ 정부, 노무현 정부 다 합친 것보다도 많은 68조원이 투자됐다.
또 녹색성장과 같은 미래를 위한 기후변화에 대한 투자도 많이 강화했지만, 초기에 생각했던 만큼 투자가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는 상당한 한계가 있었다.
이처럼 747공약 달성에 실패하자 '747공약'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0월23일 국정감사에 나와 "'747공약'은 공약이라기보다는 비전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국가신용도 상승 = 이명박 정부 동안 한국경제는 위기이전보다 10%이상 성장했으며, 세계경제(2.9%)와 유사한 성장률(3.0%)을 기록했다.
이외에 2010년 세계 7대 수출국 도약에 이어, 2011년에는 세계 9번째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2년에도 글로벌교역 둔화추세에도 무역 1조 달러를 유지하여 세계 무역규모 순위가 8위로 전년에 비해 한 단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무역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주요국가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상황에서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극히 이례적으로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모두 상향시키기도 했다.
이는 적극적인 위기대응과 안정적인 거시경제 운용을 통해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양호한 재정건전성을 유지한 것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 22조 투입된 4대강 사업…'총체적 부실' = 4대강 사업의 출발점은 원래 대운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08년 1월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위한 기초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며 대운하 사업의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고, 그해 2월에는 대통령직 인수위가 국정과제의 하나로 한반도 대운하사업을 선정했다.
하지만 야당과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이명박 정부는 그해 12월 '4대강 사업'으로 수정, 총사업비 22조원을 들여 4년 만에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웠다. 이에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예산 낭비와 부실 공사 우려가 있다며 대대적인 반대에 나섰다.
4대강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치수사업'으로 불리는 하천정비사업으로써 4대강 주변은 생활·여가·관광·문화·녹색성장 등이 어우러지는 다기능 복합공간으로 변경되었으며, 홍수 및 태풍 피해를 줄이는 효과도 거뒀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야당과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수 많은 비판이 있었고 또 최근에는 감사원에서 정부로선 매우 곤혹스러운 총체적 부실 공사 였다는 내용의 감사결과가 발표됐다.
감사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자 국토해양부와 환경부는 반박에 나섰고, 이에 총리실에서는 4대강 사업 전반에 관한 민간 주도의 사업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국무총리실 주도 점검은 박근혜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 규제완화로 부동산 거래 활성화 도모…전국 전셋값 38% 급등 =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면서부터 줄곧 각종 부동산 규제를 풀어 거래 활성화를 도모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으로, 거래활성화를 위한 방법으로 다주택자를 포함해 부동산을 소유하고 거래할 때 드는 세금을 대폭 감면해 줬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종합부동산세 인하 정책으로 세율을 낮췄고,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한 결과 종부세 징수액은 최근 2년간 50% 이상 감소했다.
이외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및 적용도 유예시켰고, 1가구1주택자 양도세 과세기준도 6억원 초과에서 9억원 초과로 높였다. 이와함께 지난해 9월에는 '미분양 주택 구입후 5년간 양도세 면제'와 '취득세 50% 감면' 대책을 발표했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는 지난 5년간 20여 차례나 각종 세제 완화 정책을 펼쳤지만 전국 주택거래량은 2008년 7만2583건에서 2012년 5만5488건으로 줄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국적으로 소폭 오르는데 그쳤고 특히 서울과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값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세값은 전국, 수도권 불문하고 폭등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008년 1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2.9% 떨어진 반면,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38.4% 올랐으며,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세값은 32.1% 상승했다.
이같은 결과는 주택경기 침체로 인한 매수 기피 현상과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인한 전·월세 대기수요 증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명박 정부 들어 서민의 주거복지 수단인 임대주택 공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또 집 문제 때문에 서민들이 고통 받는 '하우스푸어', '렌트푸어'가 생긴 것도 이명박 정부였다.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서는 결과적으로 집값 안정화는 이룬 반면, 전셋값이 치솟았고 임대주택 공급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서민주거 환경 개선에는 매우 미흡했던 정부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