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책임자 처벌 지나치게 가볍다" 지적
미국선 CEO와 CFO 연대책임 엄격한 법적용
기업을 알차고 실속있게 운영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주가를 올려보고 싶은 것이 상장기업 CEO들의 희망사항이다.
그러나 간혹 분식회계로 투자자들을 속이고 씻지못할 아픔을 주는 CEO들이 지면에 오르곤한다. 이들은 의례 선급금과 지분법적용투자주식 등의 계정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매출을 과다계상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횡령금액을 감추는 수법을 사용하곤한다.
2008년 코스닥 기업인 엠씨티티코어의 CEO는 대표이사 횡령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하기로 맘먹었다.
그는 횡령사실을 숨기기 위해 선급금 등 자산을 허위로 계상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적게는 46억4700만원, 많게는 103억3900만원을 분식회계 처리했다. 허위 계상 계정으로는 선급금, 현금성자산, 대여금, 매출채권, 지분법적용투자주식 항목을 주로 이용했다.
그는 또 2008년 7~8월경 대표이사 등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회사 명의의 문방구 어음 75억원을 발행하여 채권자에게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제표에는 이를 기재하지 않았다.
2009년 5월에는 유상증자를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2008년 재무제표를 사용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기로 했다.
◆…자료 : 증권선물위원회
이 회사 CEO가 분식회계를 하는 동안 회사는 껍데기만 남게 됐고 결국 2010년 10월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됐다. 이 회사 주식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은 돈을 몽땅 날릴 수 밖에 없었다.
금융위원회 소속 증권선물위원회(위원장 추경호)는 지난 20일 엠씨티티코어에 대해 증권발행제한 12개월 조치에 이어 당시 대표이사 2인과 담당임원 2인의 해임권고와 함께 검찰에 고발조치 했다.
유가증권시장 소속으로 있었던 허메스홀딩스는 금융감독원의 3차례 자료요출 요구에 대해 자료제출을 기피했다.
이 회사는 2010년 해외지분법투자주식과 관련, 취득일과 가장 가까운 날에 작성해야하는 피투자회사 회계기준을 위반하고 기말에 취득한 것으로 간주하여 지분법평가이익 3억4천만원을 과소계상하고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은 4억5200만원 과대계상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당시 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해임 권고한데 이어 검찰에 대표이사를 고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상장폐지됐다.
코스닥 상장법인인 씨앤에스테크놀로지는 2010년 수익인식요건을 갖추지 못해 매출로 인식할 수 없는 라이선스 계약을 연구개발매출로 과대계상했고, 거래처에 제품을 납품하지 않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서 제품매출로 계산해 모두 13억6900만원 상당을 분식회계 처리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이 회사에 과징금 9970만원을 부과한데 이어 담당임원을 해임권고 했고 前 대표이사를 검찰에 통보했다. 이 회사는 현재 상장폐지 실질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비상장기업의 분식회계도 적발됐다. 대성중공업은 2011년 특수관계자인 디에스중공업의 금융기관 차입금에 대해 지급보증을 제공했지만 이를 재무제표 주석에 기재하지 않았다. 그해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지만 명백하게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이 회사에 대해 증권발행을 6개월 제한하고, 앞으로 2년간 강제적으로 증권선물위원회가 선정한 감사인으로부터 외부감사를 받도록 했다. 이와 함께 담당임원인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해임권고를 요구했다.
■ 미국선 회계부정 시 CEO에 개인 소송과 함께 엄격하게 법적용
미국은 분식회계 시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엄격한 법적용과 처벌을 내리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2001년의 엔론사태를 꼽을 수 있다.
엔론은 1931년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서 노던 내추럴 가스 컴퍼니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사업을 확장했고 1985년 미국 텍사스에서 엔론이라는 에너지 기업으로 사명을 바꿨다. 그 후 2000년에는 미국 재계 서열 7위까지 급성장하며 2만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러나 엔론의 급성장은 대규모 분식 회계에 의한 허구였다. 엔론의 재무제표는 순익은 엄청나게 부풀려졌고 빚과 손실은 교묘하게 감춰져 있었다. 엔론은 5년간 파생상품 투자로 입은 손실 15억달러(1조6500억원)를 회계 장부에 넣지 않고 주주와 투자자를 속인 사실이 적발됐다.
엔론은 랩터(Raptor)라 불리는 특수목적법인(SPE)을 설립해 대규모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특수목적법인은 자산 양수도 같은 특수한 목적을 위해 설립된 신탁회사나 유한책임회사이며 모기업이 특수목적법인 지분의 49% 미만을 갖고 있으면 손익은 모기업 재무제표에 기재되지 않는다.
엔론은 이 점을 악용해 투자 실패 시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할 손실을 랩터에게 떠넘겼다. 엔론과 랩터를 하나의 경제적 실체로 보고 재무제표를 작성했다면 이런 분식회계가 저지르기 어려웠을 것이다. 엔론사태는 추후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계기가 됐다.
엔론의 분식회계가 밝혀지면서 일부 경영진은 개인적으로 소송을 당했으며 상당한 금액의 피해보상을 해야 했다. 분식회계를 주도한 최고경영자 제프리 스킬링은 2006년 미국 법원에서 24년 4개월의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그는 2030년 77세의 나이로 출소하게 된다. 엔론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100년 역사를 가진 아더 앤더슨 또한 엔론사태로 문을 닫게 됐다.
엔론사태 이후 2002년 미국에선 기업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사베인ㆍ옥슬리법이 제정됐다. 회계부정이나 횡령ㆍ배임에 대해 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재무제표 작성 때 동시 서명을 해 연대 책임을 지고, 사외이사의 권한을 확대하는 등 기업 내부 통제시스템을 강화했다.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분식회계 시 CEO나 재무담당자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관용적이다"고 지적하고 "분식회계나 횡령ㆍ배임죄는 자본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인 주식회사 제도를 흔드는 행위이기 때문에 법집행을 엄격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