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대책 반장'으로 불려온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사진)이 30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다.
그는 25일 오후 이임사에서 "여러분과 함께 땀 흘려 온 지난 2년여의 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뜻깊고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랑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2011년 1월 금융위원장으로 취임, 저축은행의 전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가계 부채 연착륙 대책, 파생 상품 건전화 및 증권사의 차입 경영 정상화, 외화 유동성 확충 등을 실시했다.
2011년 8월 미국의 국가신용 등급이 내리면서 국제금융시장이 급격하게 경색됐지만, 한국의 금융시장은 이러한 조치 덕분에 경제의 버팀목이 됐다.
김 위원장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고, 환부는 신속하게 도려내야 한다. 취임 첫날 가계 부채와 저축은행, 외환 건전성 등에 대해 근원적 대책을 마련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에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금융 네트워크 개척에 공을 들였다.
특히 정서적 유대감이 큰 아시아에 눈을 돌려 터키·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몽골·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캄보디아 등에서 금융 협력을 하는데 주력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정책의 틀을 바꿀 금융 소비자 보호법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정을 추진해, 금융위가 앞으로 달라질 금융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위기가 닥치면 사회적 약자가 가장 먼저 큰 고통을 당하게 된다. 바로 중소기업과 서민인데, 앞으로 중소기업 및 서민금융에는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금융 민영화 실패와 자본시장법 개정의 뜻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금융 산업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한국형 헤지 펀드를 국내에 도입하고,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KONEX)를 올해 상반기 안에 출범시키도록 했다.
그러나 당초 자본시장법 개정의 목표였던 한국형 투자은행(IB) 설립은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이 민간의 자본과 창의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춘 금융회사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이제 시장에 돌려줘야 할 것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대한민국 금융 산업의 지형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이 전면적으로 이뤄지면 대한민국의 금융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금융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국의 금융 영토를 전 세계로 넓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 직원들에게는 "현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달라, 우리에게 닥친 문제들을 '정공법'으로 해결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단기적인 미봉책이나 임기응변 방편에 기대면 나중에 더 헤어나기 힘든 수렁에 빠질 수 있다"며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의 이임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워싱턴은 전 대통령은 이임사에서 "정직이 항상 최고의 정책"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정직과 용기가 리더십의 요체이며, 정공법만이 현 상황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대 조류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거센 파도를 헤쳐 나갈 튼튼한 엔진을 준비해야 한다. 유연한 사고와 기민한 행동으로 급변하는 미래에 대한 해법을 찾아주기를 바란다"며 "오늘 출범한 새 정부가 '국민 행복-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 가는데 중추적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하며 이임사를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