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수표나 다름없어 보였던 하영구 씨티은행장의 5연임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내달 29일 주주총회를 통해 전대미문의 5연임을 확정지을 하영구 현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겸 한국씨티은행장을 반대하는 기류가 은행 내외부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의 연임을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 명료하다. 하 은행장이 은행장을 맡아 온 기간동안 은행의 살림살이는 별반 좋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27일 씨티은행 노조는 "내달 주총에서 연임이 확정되면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5연임 은행장이 되는데 은행장만 15년을 하게 되는 것이니 직업이 은행장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하 은행장의 장기집권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서 시선이 곱지 않다"고 꼬집었다.
노조에 따르면 하 은행장의 장기집권 동안 씨티은행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합병직후인 2004년 말 한국씨티은행의 시장점유율은 6%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3%대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 여기에 더해 올해 1~2월에 영업점 15개를 폐점하게 되면 추가적인 영업 축소는 불가피하다.
또 3차례(2007년, 2008년, 2012년)에 걸친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통해 총 600여명의 직원이 은행을 떠났고, 신입직원 채용은 오히려 축소돼 최근 4년간 공채로 채용한 신입직원은 100명이 채 안 된다.
지난 2004년 말 약 3860명이었던 정규직 직원수는 8년이 지난 2012년 말 약 3400명으로 오히려 460명(11.9%)이나 감원되며, 동 기간 동안 일반은행들의 정규직 직원 수가 8만9351명에서 10만574명으로 12.6% 증원된 점과 대조를 이룬다.
이에 씨티은행 노조는 27일 하영구 은행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사내 게시판을 통해 발표하는 등 조직적 반발에 나서고 있다.
노조는 "하 은행장의 5연임 시도가 '뛰어난 리더십' 보다는 'CEO 대안 부재'에 기인한다"며 "씨티그룹이 한국씨티은행 지분을 100% 소유하며 사실상 은행 내 주주간 견제 기능도 상실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씨티은행에 '기관경고'를, 하영구 은행장에게 '주의적 경고'를 내린 대목에 대해서도 하 은행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씨티은행은 중소기업에 대출하며 '미확약부 여신 약정'을 통해 대출한도를 정한 뒤 일부를 대출하고 아직 대출이 실행이 되지 않은 금액을 은행이 자의적으로 취소하거나 축소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불공정 약정에 해당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회사가 기관경고를 받으면 향후 3년간 자회사를 신설하거나 인수할 수 없고, 보험회사나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될 수 없는데 향후 씨티은행의 향로가 결코 평탄치 않음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