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4일 정부조직법과 관련해 청와대가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민주주의의 기본을 흐드는 상식 이하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이날 당 대표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회의에 참석해 "청와대가 윤창중 대변인과 김행 대변인, 그리고 홍보수석의 브리핑을 통해 노골적으로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위원장은 "야당이 청와대가 시킨 대로 해야하나"라면서 "야당이 왜 있느냐, 이런 행태는 안된다"고 청와대의 일방 통행식 여론전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5자회동 약속도 없었는데 무슨 거부냐"라면서 "야당과의 협의를 청와대 부속실 회의쯤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 이런 결례가 어디 있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문 위원장은 "안보든 민생이든 언제든 협의할 용의가 있다"면서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생각하면서 당하는 수모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야당을 시녀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원안고수하고, 여당은 직권상정하고, 야당은 단상 점거하는 구태를 반복하자는 것"이냐며 협상과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문 위원장은 여우와 두루미 우화를 비유로 들면서 "청와대가 민주당을 갑작스럽게 오후 2시에 초청한 것은 여우가 두루미를 초대해 넓은 접시에 음식을 담아 두루미에게 내준 것"이라면서 청와대의 일방적인 초대와 발표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정부조직법 협상과 관련해서도 "여야가 한참 장기를 두는데 옆에서 훈수두던 청와대가 장기판을 엎으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박근혜 정부의 성장동력 부서가 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힌 뒤, "다만, 방송의 공공정, 공정성 확보를 위해 방송을 장악하려는 것을 원천적으로, 제도적으로 막자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박기춘 원내대표 역시 "청와대가 협상을 하자는 것인지, 여론전을 선택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은 모든 것을 양보하고, 합의한 것부터 먼저 처리 하자는 제안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미래부를 제외하고, 외교, 안보, 민생, 경제부터 먼저 챙기도록 한 것은 민주당의 국민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며 "원안을 고수하고,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동원해 야당을 비난하고, 담화를 발표해 여론전에 몰두하는 것을 보니, 정치는 없고 통치만 존재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 호소한다, 소통과 합의의 통큰 결단을 해달라. 한걸음만 내딛으면 합의가 가능하다"며 "국민들이 최후의 희망과 기대가 무너지지 않도록 결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정부 여당의 여론전에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협상의 여지가 더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 5일로 끝나는 임시국회 동안 정부조직법이 처리 될 수 있을 지 불투명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