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형저축 출시 첫날 가입자가 28만명에 육박하면서 금융권 최대 화제로 떠올랐다.
재형저축은 시중적금보다 높은 금리와 비과세 혜택의 장점이 부각되며 출시초부터 흥행몰이를 하고 있지만 저금리 시대에 너무 높은 금리를 제공해 은행들의 역마진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재형저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과 국민연금·개인연금 등의 연기금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지난 3일 전국 가구의 78%는 개인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곳으로 조사됐다. 저소득층의 경우 이 비율은 96%로 크게 올라간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만으로 은퇴준비를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많아 개인연금이 보조 역할을 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도 팽배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기초연금'이 재원 중 일부를 국민연금 기금에서 끌어다 쓰겠다는 방침이 불씨가 됐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국민연금이 정부 쌈짓돈이냐"며 반발하고 나섰고, 한국납세자연맹이 주도한 '국민연금 폐지 서명운동'에는 8일 현재 7만2000여명이 참여했다.
한편 증권사들은 유럽 재정위기와 저금리 기조로 불황의 늪에 빠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업의 주식이나 회사채발행 등의 직접 금융 조달 규모는 7조1154억원으로 전월대비 16.6% 감소했다. 아울러 지난해 주식거래 대금이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거래부진으로 인한 불안감이 형성됐다.
또한 증권사들의 임직원 수가 7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구조조정의 '광풍'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재형저축 출시…첫날부터 28만명 '도장 쾅' = 지난 6일 출시된 재형저축에 하루 만에 가입자 28만명이 몰렸다. 저금리 시대에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받으며 비과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900만명으로 추산되는 고객들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가입자 확보전쟁'에 나섰다.
재형저축 출시 하루 전까지 치열한 금리 경쟁을 벌인 끝에 최고금리(우대금리 포함)가 연 4.6%까지 치솟았다.
아울러 일부 은행들은 경품까지 내걸고 고객 선점에 목을 매고 있다. 재형저축 가입 고객 중 추첨을 통해 하와이 여행권, 아이패드 미니, 모바일상품권 등의 선물을 주는 식이다. 은행에 따라선 직원별로 유치 계좌수를 할당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곳도 있다.
한편 은행권의 재형저축 금리를 두고 과당경쟁을 벌이면서 일각에선 역마진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재 1년 이상 정기예금 금리가 3%대 초반인 것을 감안할 경우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일반예금의 경우에도 3.5% 이상 금리를 주면 역마진 우려가 있다"며 "저금리로 돈을 굴릴 곳이 없는 상황이라 가입자가 너무 몰려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 기초연금 '가입 않고', 국민연금 '불신 팽배' = 대한민국 5가구 중 4가구는 개인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저소득층만 따로 놓고 보면 이 비율은 96%까지 올라간다.
지난 3일 금융감독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전국 5732가구를 대상으로 한 한국패널조사에서 개인연금 및 개인연금으로 전환 가능한 종신보험 미가입률은 78.4%에 달했다.
개인연금 미가입률은 2006년 83.2%에서 2007년 78.8%, 2008년 81.3%, 2009년 79.0%, 2010년 79.8%, 2011년 78.8%에 이어 작년에는 78%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중위소득 60% 이하의 저소득층 미가입률은 94∼96%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만으로는 은퇴 이후를 준비하기에 부족해 개인연금의 필요성은 커져가고만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기초연금'이 재원 일부를 국민연금에서 끌어오겠다는 방침이라는 말이 흘러나오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다.
국민연금 재원의 일부를 헐어 다른 용도로 쓴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국민연금이 정부 쌈짓돈이냐"며 반발에 나섰다.
박 대통령이 1월 인수위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기초연금 재원에 대해 "다른데서 빼오는 것이 아니라 세금으로 해야 한다"며 못을 박았지만 국민들의 불신은 사라지지 않은 모양새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주도한 '국민연금 폐지 서명운동'에는 8일까지 무려 7만2000여명이 참여했다. 2004년 국민연금기금 고갈론으로 촉발된 '안티 국민연금 운동' 이후 또다시 폐지론이 고개를 든 것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폐지되면 당장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노후대책이 민영 보험사의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뿐이란 점을 들어 이런 주장이 무책임하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축소되면 민간보험이 커지게 된다"며 "그러면 소득이 높은 소수만이 안정적 노후를 준비할 수 있게 되고, 저소득층은 더욱 어려운 노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거래부진에 빠진 증시, 증권사는 '구조조정 중' = 최근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하며 반등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여전히 거래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지난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6천749억원으로 2007년 3월 이후 5년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식시장 거래대금 축소는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적인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불확실성이 확대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편 증권사 임직원 수가 1년 새 1300여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며 증권사들이 구조조정의 '칼바람' 속에 직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증권사 임직원은 4만2802명으로 전년 말에 비해 1253명이 줄었다.
연말 기준 증권사 임직원 수 감소는 2005년 이후 7년 만이다.
증권사는 직원 감축과 함께 조직 규모도 축소했다. 작년 말 증권사 단위 조직(본부부서·영업점·해외사무소)은 3605개로 전년 말보다 300개 적었다.
증권사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증시 침체와 거래대금 축소로 인한 적자누적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은 부실이 심한 금융투자회사는 퇴출시킨다는 방침을 이미 세워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경우 수수료 수입 비중이 큰 만큼 거래규모 축소가 영업부진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회계연도가 끝나는 3월에 실적이 나오면 본격적인 점검을 통해 퇴출 대상을 선별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