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및 채권과 파생상품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토빈세의 국내 도입 필요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외의존도가 높고 외부 충격에 노출돼 있는 한국 및 신흥국들은 자국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할 정당성을 가진다는 것.
국회입법조사처 금융외환팀 원종현 입법조사관은 12일 '유럽 금융거래세 도입 논의와 시사점'이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원종현 조사관은 "유럽은 기축통화가 있고 역내 거래가 전체 무역규모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신흥국들은 외부 충격에 노출돼 있고 대외의존도가 높아 금융거래세 도입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 조사관은 유럽과 한국은 금융거래세 도입 목적이 다른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럽의) 금융거래세 도입의 주요 목적은 '공적자금을 조성하는 재원 확보'에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 및 신흥국에서 고려중인 토빈세 부과의 목적이나 기본입장이 근본적으로 상이하다"고 지적했다.
유럽 국가들이 자국의 재정위기에 대한 자조적인 노력으로 세금을 도입하는 것과 달리,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은 환율전쟁을 방어할 목적으로 토빈세 도입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
지난 1월 22일 유럽연합 11개국(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은 금융거래세 도입을 2014년부터 시행키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제도 도입은 요원한 상황.
각국 의회와 유럽의회 최종 승인 등 남은 절차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영국 등 금융을 주력산업으로 하는 회원국들의 반대와 국가들 간의 형평성 문제, 토빈세 도입에 합의하지 않은 국가들의 반대 등을 추가적인 걸림돌로 꼽으며 "전문가들도 토빈세의 시행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유럽의 경우와는 도입 목적이나 주어진 상황이 다른 만큼 안정적으로 토빈세를 도입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
그는 "(우리나라의) 토빈세 도입 이유가 대외환경에 대한 자국 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자본유출입 대응체계 3종 세트의 부족함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도입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서 '자본유출입 대응체계'란 선물환 포지션한도와 외환 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를 의미한다.
하지만 그는 "토빈세 도입 목적이 추가 재원 확보에 있다면 유럽에서 금융거래세 도입을 합의해놓고도 실제 시행을 머뭇거리는 원인을 분석해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