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처리 난항 선진화법 탓으로 돌리다 황우여와 갈등 표출
대야 협상력 부재 "총사퇴 각오해야"…"야당에 양보해서 협조구해야"
정부조직법 처리가 거듭 난항을 겪자, 협상 전권을 가진 원내지도부에 대한 새누리당 내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국회 선진화법의 개정과 위헌 소송 주장까지 나오면서 선진화법을 놓고 이한구 원내대표와 황우여 대표 간 '충돌'로 비화되는 조짐이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원안' 고수를 관철하려는 이 원내대표에 대해 당 중진들도 '정치력 실종'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을 국회 선진화법 탓으로 돌리는 이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선진화법 개정 주장에 이어 전날(12일) 위헌 소송 주장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이 법은 지난 2011년 '박근혜 비상대책위 체제'에서 당시 원내대표였던 황우여 대표와 쇄신파 의원들, 비대위원장이던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통과시킨 법안이다.
선진화법을 둘러싸고 '황우여-이한구' 두 대표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를 수밖에 없어 야당과의 협상력을 더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 정부조직법 지연, 국회선진화법 탓(?)…황우여-이한구 '충돌' = 13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국회 선진화법을 주장했던 5선의 남경필 의원이 직접 정부조직법 처리와 국회 선진화법이 '무관한 사안'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남 의원은 "역대 많은 국회 폭력사태와 직권상정이 있었지만 정부출범 이래 한 번도 정부조직법과 선거법, 국회임명동의안을 놓고 몸싸움을 하거나 직권상정을 한 적이 없다"며 "정부조직법, 선거법은 여야 합의 없이 처리할 수 없는 법이다. 때문에 만약에 선진화법이 없었으면 우리가 직권상정해서 몸으로라도 밀어붙여 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논의는 불필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조직법은 애시 당초 직권상정의 전례가 없는 불가능한 사안이다. 선진화법은 쟁점되는 법안은 논의하고 대신 쟁점 없는 법안들은 빨리 논의하자는 게 정신이고 취지"라며 "전혀 상관없는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을 선진화법으로 되돌리려는 것은 정치력 실종을 선진화법을 통해 희생양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 상황이 잘못됐다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하나의 희생양으로 선진화법을 만드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황우여 대표 역시 이날 모두 발언에서는 국회 선진화법에 대한 언급이 없었지만, 이 원내대표의 선진화법 개정주장과 위헌 소송 제기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앞서 황 대표가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차(茶)담회'를 가지며 협상의 물꼬를 트려고 했지만 이 협상내용 역시 이 원내대표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 朴 대통령 '타협불가' 관철하려는 李, 당내에선 "정치력·협상력 부재" 질타 = 이와 함께 정부조직법 핵심쟁점인 ICT 기능이관과 관련해 '타협불가' 방침을 거듭 밝힌 박 대통령의 뜻을 관철하려는 이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몽준 전 대표는 이날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으로 새 정부가 공식 출범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정치 위기'라고 규정, "야당도 문제지만, 이런 정치위기를 초래하게 한데는 새누리당 책임도 없을 수가 없다"며 "우리 당 지도부는 총사퇴 한다는 각오로 책임감을 갖고 현재 위기를 조속히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당내에서는 야당에게 '출구전략'을 주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김성태, 홍일표 의원 등은 줄기차게 야당에 대한 여당의 '양보'를 촉구하며 새 정부 출범을 강조했다.
김성태 의원은 정부조직법의 '강행처리'를 반대하며 이 원내대표를 향해 "원내대표로서 조금 더 야당을 존중하면서 조금 더 진솔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야당의 협조를 구해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강경한 원안고수로 여당에 협상권이 부재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 역시 여당 원내지도부의 무력함만 드러내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겠다는데, 지도부가 뭐라 하겠느냐"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난감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타협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계속 처리를 안 할 수 없는 문제 아니냐"며 "어떻게 해서든 대통령에게 사정을 이야기 하고 타결을 해야지 전혀 물러서지 않는 것은 여당으로서 앞으로도 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이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이어 "원래 그 분(이 원내대표)이 남의 말은 안 듣기로 당내에서도 유명하고, 그러니까 몇몇 의원들만 빼고는 '내 일' 아니라는 식으로 의견을 못 내놓고 있는 거 아니냐"며 "직권상정이든 뭐든 협상하지 않고 처리하면 박근혜 정부 5년 내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