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혁신을 하려면 이등브랜드가 일등브랜드를 이기는 것처럼 파격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는 민주통합당 정치혁신위원회(위원장 정해구)가 13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가진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민주통합당 혁신 방안' 발표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안 교수는 "민주당의 혁신이 파격적 발상속에 진행됐으면 좋겠다"면서 "이등이 일등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기업을 폭파하는 광고를 내보내는 것처럼 그 정도로 혁신하는 민주당을 만들면 이긴다"면서 '이등브랜드론'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민주당을 혁신한다면서 왜 그리 빨리 못하냐고들 한다"면서 "그러나 혁신위원회의 혁신안 없이 혁신을 하면 리모델링 수준밖에 안 될 것 같아서 정치혁신위의 청사진을 기다려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위원장은 이날 "혁신위의 1차 혁신안 발표와 토론회를 통해 청사진이 그려지는 시간이 될 것을 기대한다"면서 그동안 밤낮없이 노력해준 정해구 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들께 감사를 표했다.
이어 발제를 맡은 정해구 혁신위원장은 3대 혁신 목표와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3대 혁신 분야에 대해 그동안 혁신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발표하고, 안병진 교수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진성준, 최원식 의원 등이 토론회를 이어갔다.
정 위원장은 "민주당은 첫째, 능력있고 신뢰받는 정당으로 계파갈등을 넘어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정당, 둘째, 국민과 함께하는 정당으로 국민 속에 뿌리를 내리고 국민과 동행하는 정당, 셋째, 개혁하고 변화하는 미래 정당으로 미래를 향해 항상 개혁하고 변화하는 3대 혁신 목표를 내걸고 과감한 혁신을 실천해야 한다"고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리더십과 당의 기반, 이를 연결하는 시스템의 3개 혁신 분야를 제시하며 근본적인 혁신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에 나선 안병진 경희대 교수는 "민주당 혁신의 비밀은 이등 브랜드가 일등 브랜드를 이긴다는 책 속에 다 나와 있다"면서 "이 얘기는 지난 이명박 대통령 선거와 지난 대선에서도 말 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안 교수는 "왜 마이크로 소프트을 선택하지 않고 애플과 같은 이등 브랜드를 선택하는지를 민주당이 고민하고 그런 브랜드를 만들면 (이등이 일등 브랜드를 이기는 것처럼) 이길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이철희 소장은 "민주당의 혁신이 국민경선제가 도입된 이후로 당의 문호를 허무는 쪽으로 진행돼 왔다"고 진단한 뒤 "민주당의 문제점은 하나의 모델에서 다른 모델로 갈 때 지금껏 민주당이 취해 온 방식이 다 잘못됐다고 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어떤 모델이든 하나의 모델에서 다른 모델로 갈 때 완전히 대체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의 변화 방식이 민주당을 강화 하기 보다는 약화 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킨스버그 학자의 말을 인용해 "현대 사회는 대중민주주의에서 개인 민주주의로 바뀌고 있다"면서 "유권자 개인으로 파편화 될 때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개인으로는 보수적인 정당을 이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지금의 민주당은 정당 기반이 허물어지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하면서 "정당 기반의 강화를 위해 개인의 조직화가 필요하고, 그것 중의 하나가 노동조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민주당이 노동법 개정과 노동문제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서 "킨스버그의 말처럼 개인를 파편화 하지 말고 대중으로 묶어낼 때 조직화가 가능하며 이를 민주당이 정치관계법, 노동법 등에 대해 제도적으로 힘을 썼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진성준 의원은 "혁신안이 제도적 처방은 잘 하고 있지만, 근본적이고 파격적인 처방인가 하는 데는 미흡하고, 타협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진 의원은 우선 지도부의 성격에 있어서도 '단일성집단지도체제'보다는 '단일성지도체제'로 해야 옳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당원에 대해서도 허수로 있는 250만 당원을 내세우는 정당에서 출발할 것이 아니라, 아무리 적더라도 실제 당원에서부터,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 의원은 "혁신위가 내세우고 있는 대학생위원회나 직장위원회의 처방은 옳은 방향"이라며 그러나 "직장위원회의 정형이나, 지역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정형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상적 당무 활동의 정형을 만들어 내고 모범적인 해법을 예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혁신안에 지방의회와 지방정부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패널 토론회 후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는 문성근 상임고문과 원혜영 의원, 신학용 의원 등이 참여해 열띤 논쟁을 이어갔다.
문성근 상임고문은 "전체적으로 혁신위에서 고민을 많이 한 것은 인정하지만, 획기적인 방안으로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문 상임고문은 "지난 2012년 초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가 새누리당보다 높았던 것이 시사하는 점이 있다"면서 "시민의 뜻을 반영하겠다고 선언하고, 시민의 생활속에 있겠다고 한 점에 그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권리당원, 일반당원, 서포터즈와 같은 단계별 회원제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제기했다.
문 상임고문은 "지금 여론조사를 해보면 무당파가 40% 정도로 나온다"며 "처음에 서포터즈 전 단계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 눈팅을 하고 그러면서 참여의 필요성을 느껴 지지자도 되고 당원도 될 수 있다"면서 단계별 당원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원혜영 의원은 시,군,구 차원에서 당 역량을 불러 일으킬 방안에 대해서 혁신안에 내용이 빠져 있다며 보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 의원은 민주정책연구원에 대해서도 "당 대표가 이사장을 할 것이 아니라, 당 밖에 있는 학계의 역량있는 분이 이사장을 맡아야 한다"면서 "혁신위에서 근본적으로 생각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혁신안에 대해 노력하고 고심한 부분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안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혁신에 대해 엄청난 것을 바꾸는 것보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바꿔가면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날 발표한 혁신안에 대해서는 1주일정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보다 완성된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