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효과 "수출에는 참 좋은데, 세금을 늘릴 방법이 없네?" = 지난해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무역규모 1조달러를 돌파하며, 세계무역 8강에 올랐다. 한·미 FTA 등 자유무역 확대로 우리기업들의 수출실적이 크게 늘어난 효과가 컸다. 하지만 FTA가 점차 확대되며 나라 곳간으로 들어갈 '관세' 수입은 크게 줄어들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상당한 복지재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FTA의 세수효과를 놓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한·미 FTA가 발효된 지 1년 동안 대미 수출량이 늘어나는 등 무역수지 측면에서 많은 이익을 얻어내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가능케 하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손해를 본 부분도 있다. '세수(稅收)'다.
정부도 세수 측면에서 한·미 FTA효과분석에 접근하면, 그다지 속이 편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박근혜 정부 최대 화두나 다름없는 복지재원 확보에 마친 FTA확대가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는 듯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 FTA발효된 지난해 관세수입이 직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줄어든 관세 수입…새 정부 세수확보 비상(?) =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2년도 관세 수입은 총 9조8157억원이었다. 이는 2011년도 관세 수입 10조9901억원보다 10.7%(1조1744억원) 감소한 수치. 지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관세 수입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전체 국세 수입은 203조원으로 전년 대비 5.5%(192조4000억원) 늘어난 것에 비하면 관세 수입의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들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관세 수입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FTA를 지목하고 있다. 특히 한·미 FTA로 인한 관세 철폐로 관세 수입이 대폭 줄었다는 주장이다.
실제 미국산 오렌지의 관세는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계절관세가 적용돼 기존 50%에서 30%로 줄었으며 한·미 FTA 1주년을 맞는 오는 15일부터는 25%까지 관세가 인하될 방침이다.
미국산 체리에 부과되던 24%의 관세는 한·미 FTA 발효 이후, 완전히 철폐됐으며 21%의 관세를 부과받았던 건포도와 아몬드(8%), 피스타치오(30%) 역시 관세가 철폐됐다.
하지만 정부는 FTA가 관세 수입 감소의 한 원인 일 가능성은 있지만 핵심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정부는 전제적인 수입액이 감소하면서 관세 수입이 감소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수입액은 총 5195억달러로 2011년 5244억달러 보다 0.9% 감소했기 때문에 이 여파로 자연스레 관세 수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관세당국 관계자는 "관세가 줄어든 것은 세계 경제 불황으로 상대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관세 수입 감소를 가지고 FTA 효과를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0.9%의 수입액 감소율과 10.7%의 관세 수입 감소율의 큰 차이가 있다며 FTA가 관세 수입 감소를 견인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 관세의 딜레마…"세수확보냐, 기업보호냐" = 대개 FTA의 효과를 거론할 때는 상대국에 대한 수출량이 증감여부를 따진다. 한·미 FTA만을 놓고 본다면 지난해 3월부터 1월까지 대미 수출액은 538억달러로 전년 대비 2.67% 증가했다.
대미 수출액이 증가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이를 두고 각종 시민단체와 언론에서는 여전히 FTA 효과가 미미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세수확보가 중요한 이 시점에서 관세 수입까지 대폭 줄었으니, 여론이 추가적인 FTA체결 확대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대미 수출량 증가 등 무역수지 흑자 행진에도 불구, 오렌지나 체리 등의 일부 과일을 제외하고는 관세 인하 혜택이 최종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아 FTA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인 편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관세 수입 감소만을 두고 FTA 효과를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FTA 자체가 우리 기업들의 수출량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관세 수입 감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관세당국 관계자는 "수출량을 떠나 우리 기업이 수출할 때 얼마나 관세 인하 효과를 체험했느냐, 를 물어본다면 FTA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히 맞다"며 "갈수록 FTA가 확대되고, 중국과도 FTA가 발효된다면 관세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관세 수입이 줄어든 만큼 관세 인하 혜택은 수출입 업자들이 가져간다"며 "다만 이 혜택이 최종 소비자한테까지 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인데 이는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 역시 "앞으로는 전세계적으로 관세가 낮아지는 추세로 갈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중국하고 FTA를 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관세 수입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관세를 세수확충 수단보다는 기업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바라보는 등 관세에 대한 개념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