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한·미FTA 발효 1주년이 되는 15일 논평을 통해 미국시장 선점 효과가 없다면서 정부의 성과 부풀리기를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김동철 비대위원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 참석해 "지난 1년간 대미수출이 1.4% 증가하고 무역수지흑자는 172억 달러로 39%가 증가했지만, 무역수지흑자 증가는 수입이 9.1%나 크게 감소한 것에 기인한 측면이 크고, 전체 한·미 간 교역량도 3.2%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은 "관세수입은 10% 감소했고, 미국산 체리, 아몬드, 오렌지 등의 수입은 각각 78%, 60%, 33.4% 급증해서 국내 과일농가들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발효 된지 1년 밖에 안됐고 세계적 경제위기 등을 감안할 때 아직 효과를 예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아전인수식으로 자화자찬할 일이 아니다"라며 "지난 2011년 12월 30일 국회에서 통과시킨 '한·미FTA 재협상 촉구 결의안'에 따라 미국과의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 재협상을 반드시 관철시켜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도 한·미 FTA로 대미수출이 2.67%가 늘었다며 성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이는 2011년 대미수출 12.8%에 비해 턱없이 토막 난 수치"라고 꼬집었다.
이 대변인은 "심상정 의원(진보정의당)이 문제점을 지적한 것처럼 미국의 상위 10개 무역국의 평균 수출 증가율은 4.85%이나 같은 기간 한국은 3.3%에 그쳐 평균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심 의원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나라들의 작년 대미 수출이 5.37% 증가했으나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이들 나라보다 2.07% 가량 낮아 실질적인 '미국시장 선점 효과'라는 것은 없었고 오히려 '미국시장 상실효과'만 발생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변인은 "한·미FTA의 가장 우려스러운 조항인 투자자국가제소권(ISD)으로 인해 인천공항, 가스공사, KTX 등 수많은 국책 사업들이 미국 기업들과의 소송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엉뚱한 성과홍보로 국민을 호도할 것이 아니라 국익과 국민주권을 최우선으로 두고 상황이 더 악화되기 이전에 한·미FTA의 재협상을 추진하고 ISD폐기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오후 2시부터 최규성, 김광진, 김선동, 배기운 의원실이 공동 주최하고 한·미FAT저지범국민운동본부가 주관한 '한미FAT 발효 1주년 평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한·미FAT 발효 1년 총괄평가'라는 발제를 통해 "정부가 한·미FTA 1년 동안 수출이 4.1% 증가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한·미FTA는 2012년 3월 15일 발효되었는데, 정부측 자료는 발효이전인 12년 1~3월 치 모두를 포함해 발표했다"며 정부 발표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대미수출이 둔화되는 이유로 정부측은 지금까지 유럽재정위기를 말해 왔다"면서 "그런데 한·미FTA 발효직전인 2012년 2월 전년대비 약 47%의 기록적 수출증가를 보였다는 점에 비추어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대미수출액을 기준으로 2012년 1~3월치를 빼면 전년대비 수출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온다"면서 "여기서 3월치 전부를 합하면 약 5억불 정도가 증가해 결국 한·미FTA 효과란 발효이전 수치 곧 1월에서 3월까지를 억지로 산입해서 만든 통계의 매직"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정부 발표에 승용차수출 역시 19.5%로 대폭 증가했다고 나와 있지만, 한·미FTA 재협상 결과 미국의 자동차 수입관세는 협정발효후 5년차인 2017년에 가서야 철폐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한마디로 그 때까지 자동차는 FTA와 전혀 무관한 품목인 셈"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정부 발표는 버젓이 자동차수출이 한·미FTA 효과로 19.5%나 증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는 '한·미FTA발효 실적과 전망'이라는 발제를 통해 "對 일본 및 EU 수출은 부(-)의 성장이며, 2000년대 이후 10 여 년간 12~47% 성장(2009년 제외)이었던 對 중국수출도 2012년은 0.1%로 폭락"했다면서 "대미 수출은 4.1% 로 전년 대비 3분의 1의 성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다른 한편으로 보면 대미 수출은 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일본 및 EU수출 감소실적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실적으로 간주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 실적치가 과연 지식경제부나 관세청에서 보도한 것처럼 한·미 FTA 효과 덕택으로 생각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단적으로 말해서 정부 당국의 한·미 FTA 효과 운운은 부당하거나 지나치다"고 비판하면서 "먼저 이 실적이 FTA효과로 연결되려면 그 전의 FTA 발효국인 EU에 대한 수출실적이 -11%로 악화되는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백 교수는 "한·EU FTA 협상문이 한·미 FTA 협상문보다 적어도 한국 측에 특별히 더 불리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3년이내 조기철폐 비율은 EU측 양허 93.3%, 미국측 양허 92.4%로 거의 유사한 실적"이라고 밝혔다.
이후 토론회에서는 농업부문토론에 장경호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노동부문 토론은 이창근 한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장, 식품안전과 먹거리 토론에는 김대훈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대외협력팀장, 각종 FTA에 대한 시민사회 대응 토론에는 안지중 한·미FTA저지범국본 공동집행위원장이 토론에 나서 각 분야별 문제점을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