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에 새로운 수장들이 자리하면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가운데 금융가는 외환은행 압수수색에 이어 농협과 신한은행 등을 강타한 해킹 사고로 어수선한 한 주를 보냈다.
금융권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신제윤 금융위원장까지 취임하자 향후 진행될 금융당국 투톱 체제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앞서 신제윤 위원장은 18일 인사청문회에서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국민행복기금·금감원 분리 등 각종 금융 현안들에 대한 복안을 밝혔다.
주요 금융사들의 행보도 눈길을 끌었다. KB금융지주가 주총에 앞서 일부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ISS 보고서'로 진통을 겪었으며, 신한은행과 농협은행 등은 불의의 해킹 사고를 당하며 불안한 행보를 보여줬다.
■ 신제윤 위원장 공식 취임…주목되는 '말말말' = 22일 오후 신제윤 내정자가 공식적으로 금융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금융위에 따르면 신 위원장은 최근 국별 현안보고 회의에서 "왜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면서 이해 관계자들의 눈치를 보느냐"며 "소신을 갖고 이슈를 선점해 맞서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해 관계자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또 그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인사 청문회 자리에서 주요 금융수장들에 대해 "잔여 임기가 있어도 필요성이 있다면 (청와대에)교체를 건의하겠다"고 밝혀 금융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국민행복기금에 대한 신 위원장의 복안도 청문회를 통해 드러났다.
신 위원장은 "정부 재정을 투입하지 않는 한도에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국민행복기금이 도덕적 해이에 악용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규모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이어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과제 중 하나인 '금융 감독 개편' 문제를 두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금융소비자보호원에 대한 질문에 그는 "금융감독원 안에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인 하우스(in house)로 둘지 아직 고민 중"이라며 "이 방식이 금융 소비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지 향후 더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 4대 금융사, 주총시즌 돌입 = 대형 금융지주사들의 주주총회가 이번주 22일부터 본격 시작됐다.
22일 KB금융지주는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KB금융의 주주총회는 최근 불거진 'ISS 보고서 사태'로 어윤대 회장의 최측근인 박동창 전략담당 부사장이 사외이사와 관련한 왜곡된 정보를 주주총회 안건 분석기관인 ISS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사며 보직해임 당하는 등 내홍을 겪은 뒤라 세간의 이목을 이끌었다.
하지만 KB금융은 이경재 의장을 비롯한 7명의 사외이사의 재선임과 김영과 한국증권금융 고문의 사외이사 신규 선임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며 조직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우리금융지주는 같은 날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준비한 모든 원안을 만장일치로 신속히 통과시켰다.
우리금융은 이용만, 이두희, 이헌, 박존지환 이사를 1년 임기로 중임시켰고 박영수, 채희율 씨를 2년 임기의 신임 사외이사 자격을 얻게 했다. 아울러 주당 배당금은 250원으로 결의했으며 배당총액은 2015억원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날 이팔성 우리금융그룹회장은 "올해는 기필코 민영화를 달성하겠다"며 의지를 다져 눈길을 끌었다. .
■ 압수수색 들어간 외환은행, 과거 원죄 어쩌나 =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최운식)는 대출 가산금리 편법 인상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는 외환은행 본점을 19일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검찰은 외환은행이 론스타가 대주주로 있던 시절에 중소기업과 체결한 대출약정에서 가산금리를 대출 만기 이전에 편법으로 인상한 정황을 포착,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은행 본점 23층에 마련된 조사실에서 외환기획부, 인사부 등 관련 실무진들을 불러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관련자 소환 등 본격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금감원은 외환은행에 기관경고를 내리고 부당하게 챙긴 이자를 돌려주도록 조치했다.
또한 리처드 웨커 전 행장과 래리 클레인 전 행장에게는 각각 문책경고와 주의 조치를, 전·현직 임직원 등 9명에게는 감봉 3개월 등의 징계를 결정했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은행권에 대한 도덕성 검증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옴과 동시에, 최근 주식교환건 승인 이후 여전히 내부갈등을 겪고 있는 외은 내부 분위기가 한층 더 어수선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 금융사 전산마비 사태…고객들 ‘불안’ = 지난 20일 농협과 신한은행 등 일부 금융권 전산망에 마비 사태가 발생해 영업점 거래창구 및 자동화기기 등 영업거래망이 2시간여 동안 전면 중단됐다.
대출 만기도래와 공과금 납입 지연 등에 따른 비용 부과로 일부 고객들의 피해 보상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금융사 전산마비를 지켜본 고객과 시민들의 불안감은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는 경미하지만 지난 2011년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 농협은행의 전산망 악몽이 아직 완전히 잊혀지지 않았기 때문.
문제발생 당일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임시방편으로 영업시간을 2시간 연장했다. 또한 고객 피해가 접수되면 전액 보상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한편 이번 사태로 인한 고객정보 유출사고는 아직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21일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고객정보 유출사고가 보고된 바 없다"며 일부에서 제기한 고객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 우려에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