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 금융감독원
대주주가 계열사를 자신의 개인회사에 헐값 매각
자동차 부품회사인 한일이화가 오너의 1700억원대 배임혐의로 상장폐지 기로에 놓여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는 계열사를 자신의 개인회사에 헐값에 넘긴 혐의(배임)로 유양석 한일이화 회장(53)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일이화는 지난 21일 이같은 사실을 공시했고 22일부터 한일이화 주식은 거래정지됐다.
이와 함께 한국거래소는 한일이화 오너의 배임죄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인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한일이화가 공시한 내용은 대표이사 외 1명의 임원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동부지검으로부터 불구속 기소됐다는 것. 혐의발생금액은 1702억9155만원으로 자기자본대비 59.1%에 해당된다.
한일이화는 또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검찰로부터 고발조치를 당했다고 공시했다. 2008년도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중국에 설립한 자회사인 강소한일모소(유)의 대손충당금 50억6628만원을 과대계상하여 지분법손익 등을 과소계상했다.
2009년도에도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강소한일모소의 매출 중 124억727만원을 과소계상하여 지분법손익 등을 과소계상했고 2010년도 반기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도 고정자산감치준비금을 과대계상하여 72억5924만원 상당의 당기순이익을 축소, 지분법손익 등을 과소계상했다.
한일이화의 2008년 외부감사는 삼정회계법인, 2009년과 2010년의 외부감사는 안진회계법인이 각각 맡았다.
현재의 회계제도로는 주주와 투자자들은 오너가 저지른 회계 부정에 대해 내막을 알지 못한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주식을 팔래야 팔수도 없고 또 매매가 재개되더라도 과연 제값을 받을지 불안해하는 선의의 피해자들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검찰은 유 회장이 한일이화 자회사인 강소한일모소를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소유하고 있는 두양산업에 팔아 주주들에게 1702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두고 있다.
유 회장은 적정 가치가 2092억원인 강소한일모소를 저평가받게한 뒤 이 회사 지분 58%를 255억원에 매각했다는 것.
유 회장에게는 또 한일이화의 자동차 부품 수출 경로를 조작, 한일이화가 두양산업에 수수료 362억원을 지급하도록 한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이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곽 모 경영지원본부장(54)과 강소한일모소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해준 것으로 알려진 한 세무법인의 정 모 대표(59)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한일이화의 오너 배임혐의와 회계처리기준 위반은 개별 기업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자칫 상장폐지라도 된다면 국민연금과 삼성자산운용이 5% 넘는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국민연금 가입자와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에도 그만큼 손실을 줄 수 밖에 없다.
한일이화는 유 회장이 1126만2110주(28.57%)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되어 있으며 국민연금이 285만2714주(7.24%), 삼성자산운용이 198만2492주(5.03%)에 달하는 주식을 갖고 있다.
◆…자료 : 금융감독원
■ 한일이화 재무구조 건실…오너 리스크가 기업 망친셈
1972년 4월 설립된 한일이화는 자동차용 내장재, 전장제품 등을 현대·기아차에 공급하고 있으며 비교적 건실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한일이화의 지난해 매출액은 연결회계기준 2조886억원으로 전년의 1조3728억원에 비해 52.1%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852억원으로 전년의 633억원에 비해 34.5% 늘었다. 외부감사는 안진회계법인이 맡았다.
안진회계법인은 지난 14일 한일이화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그 후 한일이화 오너의 배임혐의가 21일 공시되자마자 곧바로 정정된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바꿔진 감사보고서에는 연결실체인 한일이화가 두양산업 주식회사의 주주 유양석 외 1인과 자산양수ㆍ도 계약을 체결하고, 두양산업 주식회사의 주식 15만3천주를 무상증여·무상수증의 방법을 통해 양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양산업의 지분 취득일은 지난 1월 14일로 되어 있다.
한일이화는 22일 주주총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연결재무제표를 원안대로 승인하고 사외이사에는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법무법인 충정 노재관 대표변호사를 재선임했다.
한일이화의 사례는 회계법인이 외부감사를 통해 오너 리스크를 밝힐 수 있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가가 기업 오너 리스크를 제대로 분석해내야하며 기업 오너가 부정한 방법으로 이익을 빼돌리거나 분식 회계를 할 경우에 대비한 회계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