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자료사진)
이동흡·김용준·김종훈·황철주·김학의·김병관·한만수 등 총 7명 '자진사퇴'
"이대로 가다간 공멸"…'당-청'관계, 대통령 인사스타일 변화 요구
'박근혜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성접대 의혹과 각종 부정비리 의혹으로 고위공직자와 후보자들이 줄줄이 '자진사퇴'를 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새누리당은 "현재 당혹감을 넘어 '멘붕(멘탈붕괴) 상태'다."(친박계 의원)
특히,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맞춰 비교적 입장을 자제한 친박 의원들까지 나서 청와대를 비판하고 있다. 나아가 당-청 관계의 '재정립'과 '나홀로 인사', '밀봉인사' 등 논란을 자초한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의 '변화' 등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같은 목소리는 인사 잡음이 반복될 경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은커녕 새누리당마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당 내부에서는 지난 22일 '비리 끝판왕'으로 불리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것을 계기로 청와대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 새누리 '줄 사퇴'에 당혹감 넘어 '위기감'…청와대 첫 정면 비판 = 앞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과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까지만 해도 말을 아껴온 새누리당은 성접대 의혹으로 지난 21일 자진사퇴 한 김학의 법무차관에 이어 22일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까지 자진사퇴를 하자, 친박계인 이상일 대변인이 청와대를 향해 "인사 검증에 구멍이 뚫렸다"며 "철저한 인사 시스템 체계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이후, 25일 또 다시 비자금 조성과 탈세의혹으로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까지 '자진사퇴' 하자, "도대체 인사 검증을 어떻게 했기에 이런 일이 잇따라 발생하는 것인지 청와대는 반성해야 할 것"이라며 힐난하면서 "대통령의 인사에 자꾸 흠결이 생긴 데 대해 여당도 책임을 느끼면서 국민께 죄송하다는 사죄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친박'계 핵심인 서병수 사무총장도 나서 "사실 관계 여부를 떠나 집권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당 지도부로서는 처음으로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당-청'관계에 대한 수정과 박 대통령 인사스타일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이대로 두고 볼 수 없어…당 제 목소리 내야" =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는 새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안됐고, 정부 초기 인사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반영돼야 해서 당으로서는 말을 아꼈지만 앞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큰 일 난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더는 두고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정권 재창출이 사실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어렵게 승리한 거 아니냐. 때문에 이런 인사 잡음들이 여당 의원으로서는 너무 마음에 상처가 되고 자존심이 상한다"며 "당내 의원들이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당의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친박계 한 의원 역시 "더 인사잡음이 생기면 큰 일 나는 상황 아니냐, 서병수 총장까지 나서서 국민한테 사과한 건 심각하다는 이야기"라며 "청와대 측근 몇 명이서 검증하는 것을 그만둬야한다. 집권여당이지만 전혀 논의가 안 되고 통보만 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 朴 대통령 '나홀로 인사' 스타일 변화 요구…"대탕평 인사 실천해야" =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여론과 당내의견을 청와대에 '당당히' 알려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에는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 '불통 인사'가 자리한다. 이는 대통령이 자신의 말에 '토'를 다는 것을 싫어하는 권위주의적 리더십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인사 문제만이라도 소수 측근이 아닌 시스템화하고 당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고 말한다.
조해진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에 나와 "취임하고 정부 기관을 장악한 상황에서 필요하면 얼마든지 많은 사람을 추천 받고 인재풀을 폭넓게 접할 수 있고 검증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위치에 가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홍일표 의원은 "대통령 인사스타일이 여럿이 하는 게 아니고 혼자하다 보니 문제가 많고, 인재풀이 좁다"며 "또, 검증시스템이 부실해서 제대로 문제를 걸러내지 못한 만큼 앞으로는 이를 교훈 삼아 대통령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인사도 "워낙 자기와 함께 일한 사람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 그래도 문제가 되면 쳐내야 하는데 그게 그냥 '신상털기'라고만 보는 인식은 문제가 있다"며 "대통령이 스타일을 바꾸려고 하지 않으면 아무리 당에서 이야기를 해도 인사잡음은 되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략기획측 한 관계자는 "인사는 어느 정부나 문제가 있다. MB 정부 고소영·강부자 내각이나 지금 문제도 여전히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주류가 그만큼 도덕적으로 불감하다는 이야기"라고 자조하면서도 "그래도 박 대통령이 '대탕평'을 외친만큼 비주류에서 인재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당과 상의하는 방향으로 가야 더 이상의 인사잡음을 그나마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인사 잡음, 박 대통령 인식의 문제…'대국민 사과'해야" =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 역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 취임 한 달에 대해 "인사문제가 너무 크다. 우선 인사잡음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인사 검증시스템이 아니라, 대통령의 인식"이라며 "인사라는 게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하는데 한만수 후보자는 재벌을 변호했던 사람인데 공정위원회를 맡기는 게 말이 되나. 완전히 자리와 목적이 어긋나 있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역할에 대해서도 "이 정도 문제가 나오면 이제 새누리당도 청와대를 견제해야 한다. 당 내에서 다른 소리를 내고 청와대에 전달해야한다. 안 그러면 공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