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기금'이 29일 공식 출범을 눈앞에 두고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대선 전 공약대로 국민행복기금은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그 부작용과 역차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28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가계 대출 중 신용 대출의 연체율을 살펴보면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인 1.21%를 기록하고 있다.
당초 금융권 안팎에서 가장 문제 삼은 부분이 고의로 빚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였다는 점에서 볼 때,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앞서 25일 정부가 밝힌 국민행복기금 운영 계획에 따르면 은행, 카드 회사, 대형 대부 업체에서 빚을 갚지 못한 서민층을 중심으로 채무 탕감 프로젝트가 추진되는데, 이에 해당하는 채무불이행자는 약 32만6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올해 1월까지 빚을 연체한 채무불이행자 123만9000명 중 26.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해 소형 대부 업체와 사채를 이용한 서민들이거나, 6개월 미만, 1억원 이상의 채무불이행자 등 자격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는 경우다.
이러한 이유로 국민행복기금 운영을 맡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포함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유관 기관에는 최근 들어 문의 및 항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정부 당국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모든 국민들이 정책의 혜택을 입을 수는 없다. 하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지원을 하는 것이 정책 목적이고,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필요한 재기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정작 절실한 사람들에게 만일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을 경우 이는 정부에 대한 더 큰 불신을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행 대출조차 받을 수 없는 서민층,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실하게 빚을 갚아나가는 사람들에게 국민행복기금은 '국민불행기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우(愚)를 범하지 않으려면 최소한 설익은 대책은 만들어지지 않아야 한다.
국민행복기금은 현재 금융회사 부실채권의 매입률이나 채무 조정 비율 등도 확정되지 않은 채 새 정부 출범 이후 한 달 만에 급조됐다.
정부가 국민행복기금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면하려면 좀 더 오랜 고민 끝에 세심한 설계를 하고, 수혜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사람들도 외면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