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2번은 싫다" 김덕중 국세청장 '속내'는?

지난 27일 제20대 국세청장으로 취임식을 앞두고 김덕중 국세청장이 취임인사 차 서울 수송동 국세청사 내 기자실을 찾았습니다.

지난 일주일간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며 긴장하고 피로한 탓에 입술 주변이 부르튼 김 국세청장은 힘든 시험을 다 치른 수험생처럼 밝게 웃으면서 기자들과 짧지만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날 기자들은 현재 국세청의 가장 큰 관심거리 중 하나인 1급 고위직 인사문제에 대해 집요하게 캐물었지만, 김 국세청장은 "차차 하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전례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회와 관련된 이야기도 오고갔습니다.

김 국세청장은 "언론에서 다 좋게 써주고, 국회의원들도 많이 도와준 것 같다"며 공을 돌리는 겸손함을 보이면서,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그는 "다들 인사청문회를 쉽게 통과했다고 축하해주는데, 2번하기는 싫다"며 손사래를 친 것입니다.

겉으로는 인사청문회 준비과정이 그만큼 신경 쓰이는 일이 많고 어려웠다는 점을 말한 것이었겠지만, 그가 이날 취임 일성으로 '국세청 신뢰 회복'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을 반추해본다면 이 말에는 깊은 뜻이 담겨있는 듯합니다.

그동안 국세청장이라는 직책은 국민들에게 권력기관 수장으로 각인된 것이 사실. 과거 일부 국세청장들은 이를 발판삼아 '사욕(私慾)'을 채우기 위해 더 높은 곳으로 가려고 애쓰다 좋지 못한 뒷모습을 남긴 사례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약간의 상상력이 더해진 해석일수도 있겠지만, 평소 말 한마디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김 국세청장의 성격을 감안하면 "인사청문회 2번하기 싫다"는 말은 국세청장을 스스로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하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 세수확보 중책을 떠맡은 국세청을 위해 공직자로써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겠다는 일종의 다짐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그가 그동안 국세청에서 묵묵히 걸어 온 공직생활을 돌이켜보면 이런 추측도 곡해(曲解)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취임사를 통해 "내부승진의 전통을 잇도록 해주신 전임 이현동 청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고 언급했던 김 국세청장.

어려운 상황에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상당하겠지만 김 국세청장의 약속대로 국세청이 보다 개방적이고 국민들에게 친근한 기관으로 바뀌고, 뇌물비리 등 고질적인 부패사슬도 걷어내는 '혁신'을 이뤄냄과 동시에 안정적인 세수확보라는 성과도 이뤄내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