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가계부채 금융정책으로 국민행복기금이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주요 금융지주와 공기관 수장에 대한 연쇄 물갈이가 본격화 돼 주목을 끌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공약 중 하나인 '국민행복기금'이 29일 공식출범했다.
당장 내달 1일부터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해 주는 사업이 개시되지만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 양산과 성실상환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는 여전한 골치거리다.
MB정부를 대표해 왔던 금융권 수장들의 본격적인 물갈이도 예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MB맨'으로 불렸던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28일 돌연 사의를 밝히면서 그 불똥은 주요 금융지주회장과 공기관 수장들에게 튀는 분위기다.
지난 20일 농협과 신한은행 등에서 발생한 해킹사건의 후폭풍도 가시질 않았다. 금융당국은 27일부터 해당 금융사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했으며, 검사결과를 토대로 금융권 IT종합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 국민행복기금 출범…실효성 논란 '여전' = 중소서민들의 채무의무를 축소해주는 국민행복기금이 29일 출범했다.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전환은 다음달 1일부터 우선적으로 시행되며, 내달 22일부터는 가접수가 시작된다.
해당 제도가 공식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부터 이어져온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채무자들이 일부러 돈을 안 갚는 등의 '도덕적 해이'를 양산할 수 있으며, 그동안 성실히 채무를 변제해온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28일 간담회를 통해 "국민행복기금이 기존 신용회복제도를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며 "성실채무자와 불성실채무자와의 역차별과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위험성이 지적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생겨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같은 날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가계 대출 중 신용 대출의 연체율을 살펴보면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인 1.21%를 기록하고 있어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9일 국민행복기금 출범식에 참석해 "국민행복기금에 애로 사항이 여러 가지 있다"며 "도덕적 해이, 형평성 문제 등은 공동체의 과제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둘만 남은 '금융권 4대 천황', 앞으로 거취는? = MB정권 시절 '금융권 4대 천황' 중 한 명으로 업계를 호령하던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28일 사의를 밝히면서 금융권에 대대적인 인사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경제계에서 최고 실세로 꼽힌 강 회장이 돌연 사임 쪽으로 가닥을 잡은 데에는 신제윤 신임 금융위원장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강 회장은 신 위원장보다 연령도 많은데다 행정고시 윗 기수 선배라 금융권 수장으로 자리한 신 위원장이 불편해한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강 회장의 사임 후폭풍은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로 몰아 치며 이들의 입장 표명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또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청문회를 통해 금융공기업, 금융위가 임명·제청하는 기관, 정부가 대주주인 금융회사 등의 기관장 교체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강 회장의 사임 후폭풍은 금융권 전체를 강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사퇴를) 논할 때가 아니다"고 밝히고 있지만 국민은행 노조 등에서 '스스로 자리를 정리하라'고 압박하고 있어 7월까지 잔여임기를 채울 수 있을 지 미지수다. 단, 4월 말부터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열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차기 후보군에서 빠지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28일 오전에 열린 내부 행사에서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말하자"며 즉답을 피한 바 있다. 그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이며 쉽사리 사의 표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과 거취를 두고 고민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교차중이다.
한편 청와대는 권혁세 전 금감원장,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서동원 전 공정위 부위원장에 대한 인사 검증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서는 이들이 다시 요직에 배치될 수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금융당국, 해킹사고에 IT 특별검사 착수 = 일명 '3·20 해킹'에 노출된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금융당국이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27일부터 열흘 간 농협·신한·제주은행과 NH생명보험·NH손해보험을 검사한다고 밝혔다. 이들 5개 금융회사는 내·외부 전산망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탓에 해킹 공격에 무방비로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를 통해 해당기관들이 해킹을 제대로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는지, 보안 프로그램이나 전문 인력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등을 점검한다.
또한 금감원은 사고검사와 별도로 전 금융권역에 대해 금융 IT보안실태 및 금융회사 IT 보호업무 모범규준 이행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범 규준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은 인력의 5%를 IT 부문에 배치하고, 이 중 5%는 보안인력으로 확보, IT 예산 중 7%는 보안예산으로 편성토록 하는 이른바 ‘5·5·7규정’을 지키도록 규정 돼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킹에 심각하게 노출된 원인을 규명하고 관련자의 책임을 물어 조치하는 것이 이번 검사의 목적"이라며 "특별검사를 마치는 대로 금융권 전반의 보안 실태를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