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과의 일문일답

Q. '박근혜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이 넘었다. 하지만, 현재 경제 상황이 국외적으로는 유럽 금융위기나 엔저현상, 국내적으로는 가계부채 등 여건이 좋지 않다. 박근혜정부에서 가장 시급히 처리할 경제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경제가 8분기 연속 0%성장을 하고 있다. 이건 유례가 없는 것이다. 어떻게든 경기 진작을 위한 물꼬를 트는 정책 대안이 나와야 한다. 단기적으로 추경도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

Q.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통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천명한 만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발표했는데, 경기부양 측면의 대책들이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경제에 오히려 독(毒)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 물론 부작용이 없는 정책은 없다. 득과 실을 따져서 득이 크다면 해야 하고 지금은 득이 크다고 생각한다. 추경규모도 세수부족분을 넘어서 그것이 6조원이든 10조든 그 세수부족분 플러스 10조원 정도 더 해야 한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지금 새로운 설비 투자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설비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일자리 창출이 된다. 또, 건축경기나 양도세취득세 감면에 따른 세수결함, 중장기적으로 창조경제가 뿌리내리기 위한 부분에도 써야 한다.

또 정부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니까 우려하는데 그런 것은 한국은행이 공채의 반 정도는 인수를 하면 된다. 통화증발이다. 미국도 양적완화(QE)에 세 번째 들어가고 있고, 일본도 상당히 통화를 늘리고 있다. 중국도 작년까지 많이 늘렸다. 우리만 물가안정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 물가는 1%로 안정이 되어 있다. 그러니까 물가의 흐름이 없을 때 지금 과감하게 중앙은행이 공채를 인수해야 한다. 국채발행으로 20조를 조달한다면 절반은 중앙은행이 인수하라는 것이다. 확대재정정책, 통화정책을 병행해야 효과가 있다고 본다.

Q. 최근 야권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청와대와 각을 세우며 창조경제 모호성에 질타를 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선을 앞두고 창조경제라는 용어를 만들어서 솔직히 모호한 게 없지 않다. 창조경제는 지속적 성장을 위해 기술융합적인 분야로 나간다는 건데 지금 제조업만으로는 쉽지 않다. 바이오나 IT 등을 기존 제조업과 접목·융합을 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新)성장동력으로 가야한다. 지금 두산에서 바닷물을 식수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하고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이 처음에는 너무 비싸 실용화되기 어려운데 정부가 이를 지원하고 대중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바이오 쪽도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데 기술은 있는데 자금이 부족하거나 마케팅이 안 되거나 해서 대학연구소 수준에 머물고 있는 기술들이 꽤 있다. 그런 것을 정부가 발굴해서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뒷받침 해주면 성장발판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다.

Q. 박근혜정부가 내건 대선 최대 이슈는 단연, '경제민주화'였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추진 의지가 후퇴했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지금 여야 6인 협의체에서 야당과 경제민주화 관련공약에 공통분모가 가장 많아 논의하고 있다. 서로 공약이 약간 다르지만 공동발의하기 위해 6인 협의체를 만든 것이다. 그만큼 경제민주화를 야당과 같이 하겠다는 건데, 후퇴했다고 볼 수 없다. 한꺼번에 할 수 없고 차근차근해야한다. 동반성장 등이 다 경제민주화에 연관되어 있다.

Q. 박근혜정부에서 경제민주화를 힘 있게 추진할 경제수장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얼마 전 인사청문회에서 공직자로서의 도덕적 결함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인식 등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 야당 입장에서 리더십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고 본다. 현오석 장관이 KDI에 있을 때 리더십 평가에서 낮게 나왔다. 이에 대해 회의를 갖는데 그런 부분은 이해한다. 이에 대해 현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더 반성하고 잘하겠다고 했으니까 잘하시리라 믿는다. 앞으로 현 장관은 기획재정부의 산적한 과제 중에서도 일자리 창출과 세수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최근 새누리당은 '100% 국민행복 실천본부'를 발족시켜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을 맞는 오는 6월 4일까지 대선공약 사항 100% 입법화를 목표로 노력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입법안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 현재 대선공약과 관련해 당론으로 채택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이다. 가맹사업거래법은 가맹본부의 부당한 점포개선 요구 방지 및 가맹희망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제공 등을 통해 가맹사업자 및 희망자를 보호하는 것이 골자이고, 독점 규제법은 집단 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3배) 도입 등 기업집단의 불공정 거래 규제를 골자로 한다. 현재 정무위에 계류중인데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박근혜정부의 대선 공약의 한 축이 '생애 맞춤형 복지'인데, 무상보육, 4대 중증질환 등 재원 마련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도 증세'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데 복지를 위한 '증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지금 할 필요는 없고 1년 정도 지나면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과연 지하경제 양성화로 역외탈세 등에서는 소득이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을 다 하고 논의해도 늦지 않다. 또, 김덕중 국세청장과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인사청문회에서 증세를 안하고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하니까, 1년 정도 지나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 증세 방향은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가 돼야 할 것이다.

Q. 박근혜정부의 복지재원 마련의 핵심은 '지하경제 양성화'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국세청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가 GDP의 20% 이상(250조원)된다고 하는데, 전문가들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고액현금거래(CTR) 자료 공유, 역외탈세 방지, 나아가 종교인 과세까지도 거론하고 있다.

= 앞서 말한 것들은 정책대로 잘 추진되면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득파악이 안 되는 자영업자의 세원양성화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전체 고용인원 대비 31.3%로 OECD 평균 15.8%에 비해 월등히 높다. 따라서 고소득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와 간이과세제도 정비를 통한 세원양성화도 검토해야 한다.

종교인 과세의 경우, 이제 종교인들이 자진해서 '부자들이 더 세금을 내야 한다'고 한 워렌 버핏처럼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교인 과세로 세수가 확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비과세 감면을 없애는 방향으로 협조해주면 고위층의 과세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고통분담차원에서 종교인들이 협조해줘야 한다.

Q. 최근 담배세 인상 법안이 통과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같은 당 김재원 의원이 발의를 했는데, 의원님도 지난해 물가연동에 따른 담배세 인상안을 발의했다. 담배세 인상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고, 국민적 저항을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고 보는가.
 
= Sin Tax(죄악세) 개념으로 담배세나 주류세를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너무 담배를 많이 피고 술도 너무 마신다. OECD 국가 중에서 흡연율 1등, 술 소비량 1등이다. 국민폐해가 너무 크다. 담배 값을 2004년에 올리고 안올렸다. 안올린 이유가 흡연율이 남성의 경우 48%인데 표가 상당하다. 임기 초에 국민들한테 욕을 먹더라도 Sin Tax(죄악세) 개념으로 올려야 한다.

담배의 폐해는 10조 정도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폐관련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 수가 1년에 3만명이다. 가정의 가장이 담배로 사망하면 그 가족들의 고통은 얼만가. 최근 호주에서는 어느 주(태즈메이니아 주.Tasmania)인지 모르겠지만 2000년도에 태어난 신생아가 성인이 되는 2018년이 되는 해부터 담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었다. 노르웨이도 1만 5000원, 영국도 1만 2000원, 미국도 9500원이다. 다 우리보다 비싸다. 우리(2500원)는 너무 싸다.

담배 값을 올려서 그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그 비용을 건강예방증진에 사용해야 한다. 호주는 담배세로 예방 증진에 쓴다. 헬스클럽을 가면 인센티브를 준다거나 캠페인을 한다거나 해서 호주는 건강보험료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건 그만큼 호주 사람들이 건강하다는 것이다. 담배세를 올려서 건강예방활동에 더 투자를 하면 굳이 복지비를 늘리지 않아도 된다.

Q. 앞서 지난 2월 국세청의 세무조사 절차를 확립시키기 위한 '세무조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구체적인 법안 설명 부탁드린다.
 
= 국세청이 4대 권력기관이라고 하는 건 세무조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근데 세무조사권이 규정으로만 되어 있지 법으로는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납세자의 인권이 훼손되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었다. 제대로 법을 지키면서 세수를 발굴하고 탈세된 것을 걷으면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세무조사를 법적 절차에 의해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납세자 권익을 옹호하면서 세수를 걷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하는데 국세청은 꺼리고 있다.

Q.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국세청의 역할이 과거 정권보다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세청은 그동안 정치적 중립성 문제, 부정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해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정치적 중립문제와 청렴성 문제 때문에 '국세청법'을 제정하자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계속 좌절됐다. 국세청법 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17대 때 당시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이 발의를 했다. 그 때 국세청 공무원들이 납세자와 접촉을 많이 하고 그런 과정에서 부패요인이 됐다. 검찰공무원의 직급을 우대하듯이 국세공무원도 직급을 우대하면 그런 유혹에 덜 할 것이다. 그런 취지는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좌절된 이유가 다른 공무원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똑같이 행정고시를 쳐서 들어왔는데 다른 부서하고 국세청하고 차별대우를 하느냐는 반발이었다. 그래도 논의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또, 국세청은 부정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국세청법으로 대우를 하면 오히려 지하경제 발굴을 효과적으로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국세청법이 발의되면 개인적으로 긍정적으로 검토해보려고 한다. 법을 제정하는데 드는 예산보다 법이 정착되면 수백 배의 세수가 늘어날 것이다.

Q. 그동안 경제학과 교수로서 강단에 오랫동안 서있다 초선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하게 되었는데, 경제학 원론을 강의해오다 직접 국회에서 기획재정부 등 감사를 통해 국가 경제현안을 살펴보시면서 느끼는 게 상당할 것 같다.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 교수는 자기가 투자한 만큼 연구결과물이 나오고 제자 키우는 보람도 있는데 국회는 논의하고 타협하는 게 너무 많아 어떤 면에서 비생산적이다.(웃음) 이번에 정부조직법도 52일 동안 협상을 하고 겨우 통과를 시켰다. 야당에게 줄건 다주고 왜 이리 늦게 하느냐, 줄 거면 빨리 하지라는 비판이 많더라, 원내지도부의 협상력이 없는 게 아닌가, 왜 스킨십을 평소에 못했나, 이런 비판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비생산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교수 때는 정책 제시만 했고 여기 와서는 직접 정책 입법을 통해 뜻을 펼칠 수 있어 제 분야쪽에서는 뜻을 이루려고 한다. 

Q. 마지막으로 초선의원이지만 당내 '경제통'으로 많은 활약을 하고 계신데, 앞으로의 포부와 <조세일보> 독자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한 말씀 부탁드린다.
  
= 세법과 조세에 관련해 강의도 했는데 세법이 각 이해단체들의 조율을 거쳐 입법이 되는 것을 직접 보니까 정치라는 게 이론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의 이해를 어떻게 조화롭게 조율하느냐가 정치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느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이론과 현실의 괴리도 많이 느꼈다. 각 이해관계자의 이해를 조율해 법에 반영하는 게 어렵지만 그게 정치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