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정치권에 신속한 경기회복을 위해 신속한 추경예산안 처리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같은 시각 국회에서는 물리적으로 이 달 내로는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야당의 호통에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만 '혼쭐'이 났다.
박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가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추경이 제때 확정되지 않아 시기를 놓치면 마중물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자칫하면 재정만 낭비하는 헛수고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추경예산 재원을 활용해 발빠른 경기회복 대책을 실시할 수 있도록, 국회에 신속한 추경안 처리를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같은 시각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추경 처리 시기를 놓고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이날 국회 기재위에서 열린 기재부 업무보고에서는 4월 임시국회 내로 추경안을 처리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 과거 40여일 가량 걸렸던 추경예산 심의기간에 비춰 불가능하고 비합리적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최재성 민주통합당 의원은 현 부총리에게 "4월 안에 국회에서 추경안을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느냐"라며 "상식을 갖고 하는 일인데, 이 정도 판단은 해야 하지 않나. 가능하지도 않은 것을 가지고 국회에서 하라고 하면 되겠냐"라고 따져 물었다.
최 의원은 "역대 정부 10년 동안 추경안을 심의하는데 38일이 걸렸다"며 "18일에 추경안을 제출하면 국회 상임위나 예결위에서 검토보고서를 쓰는데만 열흘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토보고서를 쓰기 전에 상임위를 가동시키라는 것인데 이것은 불가능하다. 빨리 해도 25일은 걸린다"며 "그런데 장관이 (빨리 해달라는 식의) 발언을 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장관이 되지도 않을 것 가지고 얘기를 해서 불신을 가중시키는 것보다는 차라리 5월에라도 처리해달라고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현 장관은 "내일 국무회의가 끝나면 18일 정도에 조속히 추경안을 제출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최 의원은 "정부의 추경 중 12조원은 외상값을 갚는 추경이다. 이것이 어떻게 추경 요건이 되느냐. 정부 귀책으로 인해 추경을 하는 것이 12조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100조원을 추경해서 12조원은 잘못 계산한 것으로, 나머지 88조원은 경기에 대응한다면 이해라도 하겠다. 그런데 4월에 국회에서 이를 처리하라고 하는 것은 국회에 대해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