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에 회부된 한화 김승연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한 1심 판결보다 가벼운 징역 3년에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김승연 회장이 개인재산을 1186억이나 공탁해 피해액의 3분의 2가량을 막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 법원이 밝힌 감형 이유.
15일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윤성원 부장판사) 심리로 417호 법정에서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는 "업무상 배임과 관련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없다"며 "배임 등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에 벌금 50억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 회장의)병세가 위중한 점을 볼 때 구속집행정지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김 회장의 구속 집행은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한화 그룹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배임죄 법리에 따른 위험성이 매우 컸다"며, "부동산과 기업가치를 임의적으로 조작하는 등 정당화 할 수 없는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우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법을 준수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 할 위치에 있다"면서 "실형선고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07년 조세포탈의 고의 부분에 대해서는 김 회장이 인식하고 있거나,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며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승연 회장이 열악한 재무구조를 인지한 상태에서 한화그룹 최고 경영자로서 기능적 핵심 작용을 했다며 배임죄 부분에 대해 검사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부실정리를 하지 않고 돌려막기식으로 해 온 한화 그룹의 대응이 합리적 경영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변호인측의 경영상 판단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공판은 김 회장 등에 대한 범죄사실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측의 항소이유 요지에 대해 재판부가 판단하고, 양형을 구형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공판에도 김승연 회장은 지난 1일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병상 침대에 누워 호스를 코에 꼽은 채 재판정에 들어왔다.
약 2시간가량 진행된 재판 내내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누워 있다가 재판이 끝나자 다시 퇴정했다. 재판정에는 한화 관계자를 비롯해 약 150여명의 방청객이 참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