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의 절반 이상이 한국형 토빈세 도입에 부정적 의견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금융기관 29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형 토빈세 도입에 대한 의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조사결과 국내외 금융산업 환경을 고려했을 때 '시기상조'라는 응답이 62.5%, '도입에 반대한다'는 답변이 23.6%로 집계됐다.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13.9%에 그쳤다.
토빈세는 급격한 자금 유출입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국제 단기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한국형 토빈세는 외환거래세, 채권거래세, 파생상품거래세를 포괄하고 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채권거래세 도입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88.5%로 가장 많았고, 외환거래세, 파생상품거래세에 대해서도 각각 86.8%, 82.9%가 시기상조라거나 도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권혁부 대한상의 금융세제팀장은 "국내 금융기관들은 국제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토빈세 도입은 자본통제국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돼 자본의 급격한 유출과 함께 외자도입이 필요한 경우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자본 유출입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선물환 포지션 규제, 은행세(거시건전성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원천과세 등 이른바 '거시건전성규제 3종 세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은행세에 대해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48.4%)거나 '규제완화가 필요하다'(28.1%)는 의견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23.5%)는 대답을 앞섰다.
선물환 포지션 제도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한다'(68.7%)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고,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31.3%였다.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제도에 대해서도 '현행유지나 세율인하, 비과세'를 바라는 의견(72.9%)이 다수를 차지했으며 '세율상향'에 답한 비율은 27.1%로 집계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선물환 보유비율이 이미 2차례에 걸쳐 축소됐고, 은행세가 새로 도입되면서 금융기관들의 규제부담이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며 "비율조정 등을 통해 거시건전성 3종세트를 강화할 경우,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금융기관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금융기관들도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는 정부대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제도 도입 시 예상되는 부작용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한 후 시기를 조절해 추진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