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강연하는 빌게이츠. (사진 = 김용진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22일 국회를 방문, 강연을 통해 "빈곤국 백신 보급과 농업생산성 향상 등의 활동을 한국과 같이 하길 바란다"며 대외 원조를 강조했다.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재단' 이사장인 게이츠는 이날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스마트 원조(Smart Aid): 더 좋은 세상과 더 강한 한국을 위한 혁신'이라는 주제로 "지난 반세기 한국이 이룬 변신의 성과는 상당히 놀랍다. 이제는 원조 수원국이던 경험을 살려서 어떤 식으로 전 세계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라고 당부했다.
게이츠는 백신을 통해 소아마비, 말라리아로 죽은 어린이 숫자가 줄어든 것을 언급하며 질병예방을 위한 백신보급과 교육기회 확대 등을 강조한 '스마트 원조'개념을 설명했다.
그는 "백신은 질병을 예방하고 생명을 살리는 기적의 약"이라며 "(개선된) 종자가 가뭄과 홍수를 견딜 수 있다면 농민들이 자급자족할 수 있으므로 종자도 백신처럼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원국에서 유일한 원조 공여국이 된 한국을 향해 "원조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며 "농민들이 우리의 지원으로 더 많은 생산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원조가 실제 수원국의 삶의 질을 얼마나 높였는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이어 "한국과 우리 재단이 원조의 효율성을 높일 방법을 같이 연구할 수 있을 것이고 힘을 합치면 놀라운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스마트 원조'가 수원국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음을 역설했다.
게이츠는 "수원국 니즈(needs) 파악은 정부와 얘기해서 해결되기보다 실제 사람들을 봐야 한다. 국민들과 어머니와 얘기해보면 그 자녀가 아파서 교육을 못 받는다고 하면 비극적일 것"이라며 "오늘날 아프리카 3분의1이 영양실조, 말라리아 여파로 학교교육을 못 받는다. 믿지 못할 만큼 국가적 부담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정부는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 백신을 공급할지 도움을 줘서 깨닫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외원조 프로그램에서 백신 제공이 삶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겠나. 가장 최고의 결과는 일단 여러분이 직접 수원국을 방문해서 얻을 수 있다. 아시아 빈곤국의 상황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다녀오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는 여야 의원 40여명이 참석해 여러 질문을 나눠 눈길을 끌기도 했다.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은 빌 게이츠에게 기업 활동과 자선활동에서 느끼는 기쁨이 어떻게 다른지 물었다.
이에 게이츠는 "17세부터 52세까지 거의 광적으로 일을 했다. 어느 시점이 되자 많은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전세계적으로 박애적인 일을 많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사회 환원을 강조했다.
그는 "운이 좋게 부(富)를 쌓았다 할 경우 세 가지가 있는데, 내가 다 써버리거나 자녀에게 넘겨줄 수도 있다. 1억 달러를 자식에게 주고 인생을 시작하도록 한다면 내 생각에는 자녀에게 해가된다"며 "그렇다면 남은 대안은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한국에서는 시급한 문제가 원전폐기물 문제다. 폐연료봉을 재활용하고 저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는 것인데, 원자력협정개정문제는 실망스럽다"며 "국무부에 의견을 건의해서 원전 협정이 박근혜 대통령 방미 때 성사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바람직한 일들이 반드시 일어나고 원자력도 주어진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게이츠는 이날 오후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창조경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게이츠의 이번 방한은 지난 2001년과 2008년에 이어 세 번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