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3개월 동안 사외 이사를 하다가 잘렸다. 안건을 지적했더니 저를 추천한 분에게 연락이 왔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인정상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22일 열린 금융 대토론회에 참석, "사외 이사가 경영진과 대주주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선임되는가'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회사 경영진이 사외 이사 후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최고경영자(CEO)를 견제한다는 원래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며 "추천 제도를 투명하게 하려면 사외 이사 후보군을 전국은행연합회나 금융투자협회에서 관리하고 금융회사가 요청할 때 목록을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새 정부가 금융회사 지배 구조의 개혁을 단행 중이다. 금융지주회사 대수술뿐 아니라 경영진을 감시하는 사외(社外) 이사의 운영 제도가 전면 바뀔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식 인사 시스템과 관치금융이 사라지지 않으면 이 같은 금융 개혁은 요원하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은 "사외 이사는 기본적으로 봉사직과 비슷해져야 한다. 일은 안하고 돈만 많이 받으면서 이익을 챙기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치부되는데 (보수가)안 짭짤하면 반대도 하고 견제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비판했다.
박영석 서강대학교 교수는 "기업 지배 구조라는 말이 외환위기 이후 등장했는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은 금융회사 대주주의 과도한 전횡을 견제하지 못한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정치가 금융에 개입하는 게 지배 구조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하는게 설득력 있는 비판이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주주가 존재하는 금융회사와 존재하지 않는 금융회사에 차별을 둬야 한다. 대주주는 법망을 빠져나가는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이를 견제하는데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태영 국민연금연구원 기금정책분석실장은 "사외 이사를 추천한 주주와 선임 받은 관계가 독립적이지 못한 게 문제인데, 이 때문에 대기업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국민연금에 사외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