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성화와 조화" VS "대통령 논란 자초, 의지 후퇴"
'증세' 논의 시기 놓고도 이견…추경 세출규모 부족엔 '한 목소리'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스승이자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진보진영 대표 경제학자인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가 23일 최근 논란이 되는 '경제민주화 입법 신중론'과 관련해 한치의 양보없는 설전을 벌였다.
이들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경제민주화 신중론과 추경 등 박근혜정부 경제 현안에 대한 열띤 토론을 펼쳤다. 특히, 박 대통령이 거듭 경제위축을 우려하며 경제민주화 입법에 대해 지적하는 것과 관련해 김광두 원장은 "경제활성화와 조화"를 강조한 반면, 김 교수는 "경제민주화 의지 후퇴"를 지적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김 원장은 "지난 해 3월부터 계속해서 설비투자가 마이너스다. 때문에 대통령께서 설비투자가 부진하게 되면 경제에 성장 동력 자체가 식어버리는 건 아닌지 염려를 하셨다고 해석된다"며 "그러나 국회에서 다양한 법안을 정무위에서 통과 시키거나 상정했지 않았나. 둘 간에 조화가 적절하게 지금 이루어져 가는 그런 단계"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께서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공약한 경제민주화의 의미나 우선순위, 조정 원리에 대해서 사실상 일언반구도 없다가 갑자기 '대기업 옥죄기는 안 된다'고 하니까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재계와 보수언론들이 갑자기 벌떼처럼 일어나 뒤집어 엎으려고 하는 비합리적인 모습을 보이게 됐다는데 문제가 있다"며 "이런 혼란과 갈등은 박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보수정당의 보수대통령이기 때문에 이른바 진보진영의 사람들이 원하는 경제민주화를 다 달성할 거라고 생각진 않는다"며 "그럼에도 공약하신 내용은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적 컨트롤타워는 어떻게 확립할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지금과 같은 혼란이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부 추경안, "세출규모 크게 부족" 한 목소리 = 하지만, 이들은 국회 심사에 들어간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해 "경기활성화를 위해 크게 부족하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김 원장과 김 교수는 전체 추경 예산안 17조3000억원 중 세수부족분인 12조원을 뺀 세출규모가 5조 3000억원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김 원장은 "복지지출을 추가로 매년 17조원이 들어간다. 이제 지하경제를 양성화 등으로 12조 정도를 추가로 걷겠다고 하는데 저는 최대한 노력을 해도 8조 밖에 못 걷을 걸로 본다"며 "그러면 결국 4조가 모자라고 지방자치단체 재정도 어렵다. 그렇게 보면 이 정도의 추경은 결국 세수부족을 메우는 데 다 소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 역시 "세출확대 부분은 굉장히 생각보다 적다"고 지적한 후, 더 나아가 정부가 지정한 세수부족분 12조원 중 금융권 보유주식(6조원) 문제를 짚어냈다. 그는 "6조원이 우리금융과 산은지주의 민영화 지원에 따른 부족분이다. (특히) 사실 우리금융이 민영화가 안 되어 세수에서 구멍이 난 게 5조다. 따라서 가능한 한 우리금융을 빨리 민영화 한다면 세수부족분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 김광두 "증세 논의는 금년 하반기" VS 김상조 "지금 논의, '감세'철회부터" = 화두가 되고 있는 복지지출에 따른 '증세'문제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김 원장은 "증세를 이야기할 때 경기상황과 재정건정성을 가지고 이야기 한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이 시간을 길게 보는 것"이라며 "5년 동안 정부의 빚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놓고 볼 거냐는 기준을 정해놓고 경기가 나쁠 때와 경기가 좋을 때 간에 차이를 두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가 좋을 때 증세를 하고 경기가 나쁠 때는 적자를 크게 감수해서 전체적으로 경기의 진폭을 줄여주는 것이 경제활동에 도움도 되고 서민생활에도 도움이 된다"며 "그런 각도에서 저는 이 시점은 증세할 시점은 아니다. 금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좋아지면 하반기 이후에 증세논의를 해도 된다"고 밝혔다.
반면, 김 교수는 "세금 문제는 경제차원을 넘어서는 정치의 문제, 정권의 문제다. 지금 시점에서 바로 증세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은 단순히 경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을 고친다고 해도 올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내년부터 적용된다. 때문에 당장 어떤 세수확대 효과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논의를 통해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부자증세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서 이루어졌던 '감세'의 일부분이나마 원위치 시키는 논의를 지금부터 바로 시작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