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노조에서 전날 연임포기 의사를 밝힌 KB금융 회장에게 '남은 2개월 임기동안 할 일은 하고 떠나라'며 일침을 놓았다.
30일 국민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어 회장이 어렵게 용단을 내린 점에 대해 일단 환영의 뜻을 표한다"면서도 "그가 밝힌 자신의 업적과 한계에 대한 소회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이는 전날 어 회장이 재임기간 업적으로 꼽은 브랜드 파워 증가, 금융 지식 확대, 독립성 확보 등에 대해 동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특히 노조는 브랜드 파워 증가에 대해 "주가, 자산규모, 수익성, 건전성 등 CEO 평가에 있어 일반화되어 있는 지표 어느 하나 후퇴하지 않은 것이 없건만 엉뚱하게도 브랜드 파워라니 미안하지만 브랜드 파워는 원래부터 최고 수준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노조는 어 회장이 연임 포기를 선언함에 따라 기존의 중도사퇴 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잔여 임기 동안 이행할 과제를 제시했다.
노조가 첫번째로 꼽은 것은 금융감독원 정기종합검사와 국세청의 세무조사 등 국민은행이 겪고 있는 외부 시련에 대처다.
노조는 "금감원 정기검사는 정권 교체와 CEO 임기 만료 도래 등 정치적 환경과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진행됐고, 세무조사 역시 전례 없는 장기간 조사계획에 평소 두 배에 달하는 대규모 팀으로 조사팀이 꾸려졌다"며 "땀 흘려 얻은 수익 몇 천억원이 공중으로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노조는 차기 CEO 선임 등에 대한 불개입과 지배구조 개선과제 이행과 함께 그간 미뤄왔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도한 예산통제로 인한 부작용, 과도한 실적 압박, 인력부족과 인사적체, 우리사주조합 정상화, 고령직원/임금피크제 개선 등을 촉구했다.
노조는 "산적한 현안들이 있음에도 실무부서장들과 임원들은 회장의 대노(大怒)가 두려워 복지부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이제라도 실무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체증(滯症)으로 멈춘 은행이 돌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