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野 재정건전성 요구 억지…약속 지켜야"
야 "15조8천억 중 민생예산은 3조9천억…혹세무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와 관련해 여야의 대립이 점점 극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예정된 오는 3일 추경안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은 4월 임시국회 핵심 사안인 추경에 대해 '빚더미 추경'이라며 재정건전성 확보를 거듭 강조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여야합의로 정한 5월 3일 늦어도 6일까지 추경안 처리'를 주장하며 압박하고 나섰다.
2일 민주당은 전날(1일)부터 국회 예결특위 예산결산계수조정회의를 거부하고 있다. 이날도 오후에 예산결산계수조정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무산됐다.
이에 새누리당은 나성린 정책위의장 대행을 비롯해 당 대변인까지 나서 민주당의 재정건전성 주장을 '억지'라고 비판했다.
나 대행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은 억지를 부리지 말고 추경예산 편성에 하루 빨리 임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 새누리 "민주 억지 때문에 추경 심사 정지" = 나 대행은 민주당이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으로 내놓은 소득세 과표구간조정과 대기업 최저한세 상향 등에 대해 "(이것들은) 올해 세수에는 거의 영향이 없고 내년 세수에 영향을 준다. 이번 추경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상일 대변인도 오후 브리핑에서 "추경안 심사가 민주당의 억지주장 때문에 사실상 정지된 상태"라며 민주당이 주장한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과 대기업 최저한세율 상향에 대해 "가시적인 증세 조치를 지금 바로 취하라는 무리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이어 "추경 예산안은 경제에 활력을 주는 마중물로 시장의 불가피하게 풀어야 하는 돈"이라며 "재정건전성에 일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추경 편성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 하지 않으면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더 어려워져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고육지책"이라고 항변했다.
이 대변인은 "이런 추경의 목적과 시급성을 민주당도 이해했고 그래서 5월 3일 아니면 6일까지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함께 국민 앞에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그런 민주당이 추경안 심사에 성의를 보이지 않은 채 느닷없이 증세를 하지 않으면 추경안을 처리해줄 수 없다고 생떼를 쓰는 것은 민생안정을 해치고 경제 회생을 방해하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힐난했다.
이 대변인은 거듭 민주당을 향해 "국민의 기대를 외면하고 스스로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한다면 국민은 민주당에 큰 배신감을 느끼고 선거 때 표로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민주 "빚더미 추경, 국민에 부담 전가" = 이날 추경안 심사를 맡은 국회 예산결산특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최재성 의원도 기자회견을 통해 '빚더미 추경'임을 강조, "국민 여러분, 조심하십시오, 속지 마십시오. 정부여당이 국민들을 속이고 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최 의원은 "15조8000억원을 빚내서 추경하면서 마치 이것이 민생예산에 다 투입되는 것처럼 혹세무민하고 있다"며 "15조8000억원을 빚내 국민들에게 전가시키면서 정작 경기대응과 민생에 쓸 수 있는 예산은 3조9000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그 3조9000억원도 엉터리"라며 "일자리와 서민 부담을 줄이는 민생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앞으로 보고, 뒤로 보고, 왼쪽, 오른쪽으로 다 봐도 15조8000억원을 빚냈는데 15조8000억 원이 쓰여지지 않고 있다"고 거듭 비난했다.
박기춘 원내대표 역시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15조8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하는데 이를 갚아야 될 정부가 아무런 계획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추경은 빚더미 추경으로 국가부채가 늘어나 재정건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야기되므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에 대한 대책이 야당의 요구대로 제출되고 제안되지 않는 한 추경은 간단히 처리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추경안으로 인한 재정건정성 확보방안을 둘러싸고 여야의 극심한 대립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정치권 일각에서는 4월 임시국회 회기종료일인 5월 7일까지도 추경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