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으로 구성된 '6인협의체'를 만들고 야심차게 처리하기로 했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6월 국회로 이월됐다.
당초 6인협의체는 공통 입법과제 83개를 선정해 올해 상반기에 입법화 하기로 했지만, 여야간 이견이 큰 법안들이 많아 상반기 입법목표 달성이 불투명한 상태다.
먼저 6인협의체는 경제민주화법안으로 4월 임시국회에서 10여건을 우선 처리하기로 했지만, 실제 처리된 법안은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하도급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실천의지가 약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민주화법안 처리와 관련해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8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경제상황이 심각한 지경에 있기 때문에 경제 활성화 촉진 법률안들이 좀 더 활발히 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월 국회로 이월된 FIU법 등 주요 경제민주화 관련법안에 대한 이견 및 주요 내용에 대해 살펴봤다.
◇ 'FIU법'에 발목 잡힌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 = 여야 원내대표는 7일 프랜차이즈법 개정안(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공정거래법 개정안(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FIU법 개정안 등을 법사위에 상정하기 위해 협상을 벌였으나, FIU법 개정안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이에 민주당은 이견이 있는 FIU법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에 대해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자고 주장했으나, 새누리당은 세가지법 모두 6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여야 원내대표는 정무위를 통과한 경제민주화 관련 주요 법안들을 4월 국회 회기 마지막날인 7일 처리하지 않는 대신 6월 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FIU법 관련한 여야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덩달아 '프랜차이즈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발이 묶인 형국이 됐다.
◇ FIU법 쟁점은? 野 "6개월내 열람 의무통보" VS 與 "조사차질" = 지난 6일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FIU법 개정안 탈세 혐의 조사를 위해 국세청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개인 금융거래 정보를 이용하도록 했다. 즉 탈세·탈루 혐의 조사에 필요한 FIU의 의심거래정보, 2000만원 이상 고액현금거래정보를 국세청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야당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국세청이 금융정보를 열람한 뒤 6개월 내 당사자에게 의무적으로 열람여부를 통보하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이같은 제한규정이 더해질 경우 조사자체에 차질이 빚어지고, 법안이 유명무실 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오는 6월 국회에서 여야가 해당 법안에 대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프랜차이즈법, 해지시 과도한 위약금 청구 금지 = 6일 프랜차이즈 업체의 횡포를 막기 위한 프랜차이즈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프랜차이즈법은 가맹본부가 가맹점 인테리어 개선을 권유하는 경우 가맹본부가 비용 40%이내를 부담하고, 가맹점주 사업자단체의 구성과 협의권을 행사할수 있도록 했다.
또 프랜차이즈 점주가 가맹계약을 해지할 때 가맹본부는 과도한 위약금을 청구할수 없으며, 대형 프랜차이즈 본부에 한해 점주들에게 예상매출액 정보를 서면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8일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와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해 해당 법안 논의가 6월 임시국회로 이월 된 것을 비판하고, "경제민주화를 입에 담지도 마라. 전국의 가맹점주들이 얼마더 더 고통을 참아야 하느냐"며 해당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 공정거래법,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6일 정무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감사원장, 중소기업청장, 조달청장 등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으로 인해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공정위가 기업 봐주기 등 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 '일감 몰아주기 금지법' , 정무위도 통과 못해…난항 예고 = 경제민주화의 핵심 사안인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공정거래법)은 4월 임시국회에서 정무위를 통과한 다른 중요 경제민주화 법안들과는 달리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현재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되는 개정안은 부당 내부거래의 위법성 요건을 현행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또 내부거래에서 계열사의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일 경우 총수일가의 관여·지시를 추정하는 내용은 논란이 있어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기업의 경제활동 위축을 이유로 완화된 수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안을 제안하고 있어 여야간 합의 도출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