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컵커피 담합의혹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약7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억울하다"는 취지로 남양유업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과 관련, 당초 8일로 예정됐던 선고를 돌연 연기했다.
최근 영업사원의 폭언과 물량 밀어내기 파문에 휩싸인 남양유업으로 인해 '갑의 횡포'와 관련한 사회적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남양유업의 컵커피 가격담합 사건을 보다 신중하게 처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고등법원 제6행정부(안영진 부장판사)는 8일 남양유업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의 소(2011누39372)'와 관련해 이날 판결선고를 예고했었지만, 재개결정으로 방침을 바꿔 오는 6월 26일 변론을 진행키로 했다.
재판부가 판결선고를 예고했다가 재개결정을 내리는 것에 대해 법조계에선 "재개결정은 재판부가 선고를 하려고 했는데 뭔가 찜찜해서 다시 봐야겠다고 하는 경우에 내려진다"며, 일반적으로 원고 입장에서는 '나쁜 신호'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 입장에서 수차례에 걸친 변론으로 입장을 정해서 막상 선고를 하려고 했다가 찜찜해서 다시 봐야겠다고 하는 것은 곧 승소로 판결을 하려고 했다가 막판에 찜찜한 생각에 판단을 바꿔 패소로 귀결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조심스런 관측.
한편, 법조계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011년 7월 프렌치카페 등 컵커피 가격에 대한 담합을 문제삼아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과징금 74억3700만원, 53억7600만원을 부과했다.
두 회사가 지난 2007년 2월 매일유업 본사에서 가진 2차 임원급 모임을 통해 일반 컵커피 가격을 편의점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1000원에서 1200원으로 20% 인상하기로 합의했으며, 담합의혹을 피하기 위해 가격인상에 4개월의 시차까지 뒀다는 것이 당시 공정위 지적.
이에 대해 남양유업은 지난 2011년 11월 서울고등법원에 취소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해 지난해 5월부터 고등법원에서 변론이 진행돼 왔으며, 지금까지 모든 변론을 마치고 어버이날인 5월8일 판결선고가 예정돼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