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가 5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름에 빠졌다.
지난달 터진 자회사 전산망 마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자 마자 STX그룹 악재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
앞서 반토막 수준의 실적을 발표한 신한·KB·하나·우리금융에 비해 충격파가 더 거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이달말쯤 1분기 실적발표를 실시할 예정이며, 저금리·저성장의 여파로 당기순이익의 추락이 예상되고 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연간(3월~12월) 순이익 4500억원에 그치며 당초 목표한 연간 1조128억원의 순익 달성에 실패한 바 있다.
연간으로 환산할 경우 5400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인데 분기별로 1350억원 수준으로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원 후반에서 2조원대 정도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격차를 보인 것이다.
올해는 뜻하지 않은 STX 악재를 만나 순이익은 더 곤두박질할 가능성이 높아 졌다.
STX의 금융권 총 여신 규모는 13조2000억원대로 이중 농협은행이 산업은행(3조9000억원대), 수출입은행(2조3000억원대)에 이어 3번째로 많은 2억2399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STX해양조선과 자율협약을 맺으면 농협은행은 기존 정상여신을 요주의여신으로 재분류한 뒤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데 최소 적립비율 7%만 따지더라도 1500억원대의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농협금융의 1분기 순이익을 넘는 수준으로 올해 경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
여기에 만기로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 운영자금 지원 등을 고려하면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만약에 STX그룹의 리스크가 점차 확대될 경우 충당금 적립규모는 더 커질 수 있어 자칫 올해 목표로 정한 1조원의 순이익 달성은 커녕 적자를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의 여신 중 1조5000억원 정도가 선박·공사 수주 보증이기 때문에 일단 선박만 성공적으로 건조돼 인도되면 최악의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조선업의 특성상 선박 건조에 상당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상당기간 대손충당금 적립 등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솔직히 할 수만 있다면 실적 발표를 소리 소문 없이 하고 싶다"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