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윤창중 '막말·불통'으로 여야 반대에도 임명강행…"朴 대통령 탓"
與, '충격'속 '개인'문제로 축소…복잡한 속내 "사실관계 파악" 강조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 워싱턴 대사관의 20대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로 전격 경질되면서 박 대통령의 '불통인사', '오기인사', '나홀로 인사'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지난 해 12월 19일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인선한 첫 인사다. 대선 전에는 극우편향적인 발언으로,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 당시에는 '불통'으로 야당뿐 아니라 새누리당내에서도 반대가 심했던 인물임에도 박 대통령은 청와대까지 입성시켰다.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시절에는 "내가 인수위 단독기자", "특종도 낙종도 없다"며 인수위원들의 언론접촉을 완전 봉쇄해 논란이 됐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기삿거리가 안 된다", "영양가가 있고 없고 내가 판단할 수 있다"는 등 언론 고유의 취사선택기능을 무시하는 '언론관'을 보여 비판을 받은 바 있다.
■ '막말·불통' 與도 반대…임명 강행한 朴 대통령 탓 "대국민 사과" = 때문에 '문제 많고 반대도 많았던' 윤 전 대변인의 임명을 강행한 박 대통령 역시 임명권자이자 청와대 직속상관으로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이 방미 수행 중에 미국 시민권자인 교포여성을 상대로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외교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또한, 이같은 사실을 외신까지 비중 있게 보도해 국가 품위를 크게 훼손했다는 비판까지 쏟아지고 있다.
이에 야당은 10일 즉각적으로 대통령의 '불통인사'를 규탄하며 '대국민 사과'와 인사시스템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에 이어 여성의원들까지 성명을 발표해 "대한민국을 성추행국으로 만천하에 알린 국격 추락의 범죄이며, 국제적 망신"이라고 성토했고, 진보정의당 역시 "밀어붙이기 일방인사"를 지적, 지난 법무차관 별장 스캔들 사건 등을 지목하며 "박 대통령의 인사사고는 이렇게 저질스러워야 하나"라고 힐난했다.
■ 與 "방미성과 가려져선 안 돼" 개인문제로 축소 = 다만, 여당인 새누리당은 "강력히 유감 표명"을 하면서도 대통령의 '불통인사'보다는 고위공직자 개인의 처신 문제로 축소해석하고 있다. 대통령의 인사문제로까지 확대될 경우, 대통령의 방미 성과가 그대로 묻힐 것이라는 정략적 판단이 작용하는 것이다.
신의진 원내대변인 이날 브리핑에서 "이러한 개인의 부적절한 처신 때문에 대통령의 미국방문 성과가 가려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또한 새누리당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또한, 공직자의 처신을 일일이 인사 시스템 문제로 연결 짓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민현주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고위공직자로서의 처신"이라며 "고위공직자로서 자신이 어떤 자리에 있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충격'에 빠진 새누리, 지도부 "매우 분노"…'청와대 눈치'도 봐야 = 하지만, 새누리당 분위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매우 화난 상태'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고 분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수위 시절 윤 전 대변인을 봐왔던 한 관계자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고 칠 줄은 알았지만 이런 식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워낙 '막말' 사고가 있었고 언론관계도 좋지 않아 걱정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김성태 의원도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고 그런 몰지각한 행위를 했다면 청와대도 국민에게 할 말 없는 것"이라며 "윤 대변인은 그동안 제한적으로 이뤄진 인사의 대표적 인물이었기 때문에 더는 이런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충격에 빠져있으면서도 개인의 '처신'문제로 축소하는 여당의 복잡한 속내에는 청와대의 입장표명이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여당이 청와대보다 앞서서 나갈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며 "지금 청와대가 사실 파악을 하고 있으니 그 입장을 보고 당의 입장을 정해 수위를 조절해야지, 청와대가 반응이 없는데 당이 나설 수 없다. 눈치를 봐야한다"고 말했다.
